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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Nov 27. 2019

25화_브랜드를 체험하다 part.3

BY.스페이스 마케팅 (아모레퍼시픽)

이번 시간 우리는 아모레퍼시픽의 공간 마케팅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모레퍼시픽은 1945년 설립된 화장품 제조 기업으로 2006년에 ㈜태평양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다양한 방법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우린 그 중에서도 2017년 완공된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에 대해 다뤄볼 작정이다.


이를 위해 첫 번째와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사용했던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을 꺼내오려 한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이 가진 디자인적 특징에 주목해 그것들이 각각 공간 주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볼 것이다. 다음에는 공간 속에서 공간주체가 겪는 에피소드를 파악하여 그 경험이 결과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에 대해 간단히 복습해보자.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은 크게 표층구조, 서사구조, 심층구조로 나뉜다. 표층구조에서는 주로 콘텐츠의 디자인적 요소들을 다룬다. 가령 광고라면 광고 속에서 어떤 모델이 등장하는지, 어떤 소품을 사용하고, 어떤 옷을 입었는지. 모델을 담는 카메라의 방식은 어떠하며 전반적인 색감이나 환경은 어떠한지 등까지 다룰 수가 있다. 서사구조에서는 광고의 스토리텔링을 다룬다. 마지막 심층구조에서는 광고가 내재하고 있는 문화코드가 드러난다.


이러한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은 공간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오브제와 그것들의 레이아웃, 아우라 등은 공간적 기표로서 나름의 기의를 획득한다. 한편 공간 속에 놓인 주체들은 공간에 놓인 다양한 기표들과 상호작용하며 자기만의 에피소드(경험)를 쌓는데 이것이 서사구조를 형성한다. 이렇게 쌓인 주체의 경험은 정보처리과정을 거쳐 주체의 기억 깊숙이 저장된다. 이때 이 경험이 기억의 어디에 위치하냐에 따라서 우리는 공간의 문화코드를 유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은 어떠할까? 먼저 표층구조부터 살펴보자.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은 우리나라의 전통설화 속에서 등장하는 ‘달항아리’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건물은 직사각형의 큐빅 형태로, 외관은 달을 연상시키는 은은한 은색 빛깔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3개의 옥상에는 각기 다른 정원을 만들었고, 정문에는 마치 고대 그리스의 신전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기둥들로 회랑을 조성해놓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매력이 펼쳐진다. 바닥은 소리를 흡수하는 재질을 사용해서 내부는 고요한 편이다. 사무실은 벽재 대신에 유리를 사용하여 안과 밖을 구분하되 단절하지는 않았다. 건물 외벽은 물론, 천장에도 유리를 채워 놓아 햇빛이 사방에서 쏟아진다. 건물을 안내하는 데스크는 로비 중앙에 배치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가 있다. 그리고 아모레피시픽 신사옥의 이러한 공간적 특징들은 우아함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공간의 서사구조는 개인이 공간에서 얻는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다. 보통 사옥은 회사의 업무를 보는 공간을 말한다. 따라서 사옥은 해상 회사의 직원들을 제외하면 외부인들에게는 개방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은 다르다. 아모레퍼시픽은 본사의 1층을 시민들에게 오픈했다. 지하에는 전시시설과 식당가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까지 조성했다. 시민들은 여기서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전시도 볼 수 있다.



위의 사진은 지난 해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열렸던 라파엘 로자노헤머 작가의 전시다. 캐나다 출신의 그는 테크놀로지에 인터랙티브적 요소를 결합한 미디어아트 전시를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관객들은 여기서 직접 전시의 일부가 되어 작가와 함께 전시를 완성하는 특별한 경험을 획득한다. 


가령 전시된 작품 중 하나는 사람의 그림자를 이용한다. 영사기를 통해 투사된 기사문에 사람의 그림자가 들어서면 글자들은 마치 연기처럼 휘발된다. 어떤 작품은 거울 앞에 선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그것들을 모아 합성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 센서를 사용해서 관객들이 지나갈 때마다 줄자들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작품도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나름의 의미를 창출하도록 만드는데, 이것들은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와 강하게 연결된다(왜냐하면 이 모든 경험은 아모레퍼시픽 사옥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심층구조의 영역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 획득한 경험들은 결국 두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우아함과 소통. 앞서 나는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이전하는 장치인 부호화와 시연이 기호학의 의미작용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말했었다. 다시 말해 경험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순간, 해당 경험은 인간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문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모레퍼시픽의 사옥을 찾은 시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소비자와 소통할 줄 아는 깨끗하고 투명한 브랜드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아래 그림은 다음의 과정을 간략하게 나타낸 도식이다.


쉽게 말해 경험이 의미를 가지게 되면서 기억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유지될 요건을 갖춘 것이다. 따라서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찾은 시민들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화장품 전문 기업, 소비자와 소통할 줄 아는 깨끗하고 투명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아래 그림은 다음의 과정을 간략하게 나타낸 도식이다.



공간의 주체는 감각기관을 매개로 공간 속의 오브제들과 소통한다. 이는 그레마스가 언급한 의미생성모델에서 표층구조에 해당한다. 시기다. 주체는 오브제들과 소통하면서 ‘오, 좋은데?’, ‘이곳에서 이런 경험을?’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획득한다.


한편 이러한 상호작용들이 한데 묶여 거대한 체험의 에피소드를 형성한다. 의미생성모델의 서사구조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이때 주체는 자신이 획득한 경험에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 의미작용의 과정이다. 나아가 감각기억에서 이전된 정보가 단기기억(작업기억)의 영역으로 넘어가 본격적인 정보처리과정을 거치는 단계이기도 하다.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작업인 부호화와 시연도 이때 일어난다.


인간의 기억은 일종의 망 형태(스키마)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인간은 하나의 기억만 떠올릴 수 없다. 하나의 기억을 떠올리면 다른 기억들도 연쇄적으로 따라온다. 신사옥에서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신사옥에서 쌓은 추억을 떠올리면, 주체는 자신이 느낀 긍정적인 감정과 아모레퍼시픽을 함께 연상할 수밖에 없다. 각각의 노드(개념)들 사이에 강력한 링크(연결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링크는 스키마와 일치하는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려는 인간의 본능에 의해 더욱 단단해진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아모레퍼식픽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이유로 아모레퍼시픽의 신사옥에서 진행되는 스페이스 마케팅은 사옥의 일부를 시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이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를 어필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는 저번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아비투스Habitus를 만들기 위한 선행조건인 인간의 기억과, 스키마를 설명하고 이를 스페이스 마케팅에 적용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금 따오르는 것은 결국 디자인의 중요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은 단지 그림을 이쁘게 그리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키워드를 던졌을 때 연쇄적으로 이어져 나가는 생각의 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요즘 화두인 UX 디자인과도 긴밀하게 연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기호학을 통해 다양한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분석해보았다. 새로운 마케팅 컨셉을 짜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학교와 책에서 배운 이론에 충실하여 분석하거나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좀 더 실전의 영역을 다룰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간의 휴식기를 가지려고 한다. 나 스스로도 좀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할 듯하다. 아마도 ’대화의 기호‘의 두 번째 장은 이전에도 언급했던 ’브랜드‘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그럼 그때를 기약하며, 안녕히.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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