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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Nov 07. 2019

24화_브랜드를 체험하다 part.2

BY.스페이스 마케팅 (아모레퍼시픽)

그렇다면 이제는 기억에 대해 알아볼 시간이다. 인간의 기억에 관한 연구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건 사실상 인지과학의 출현 시점과 일치한다. 인지과학은 1950년대 컴퓨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등장했다. 인지과학이 등장하기 이전엔 인간의 기억, 혹은 마음을 다루는 학문은 주로 철학, 심리학, 의학 분야에 치중되어 있었다. 


철학은 인간의 마음을 관념현상으로 파악하고 인간의 정신에 대한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질문에 대해 답을 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심리학은 마음을 심리현상으로 파악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추리하고 계산하는 등 정신활동의 내적 메커니즘을 유추하고 탐구하는데 집중했다. 의학은 마음을 신경계 두뇌활동과 정신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물질(호르몬)의 역할과 순환에 대해 연구하는 등 일종의 생리현상으로 파악하려 했다.



하지만 인지과학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마음을 바라보는 관점은 180도로 달라졌다. 인지과학은 컴퓨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학문이다. 컴퓨터는 보통 부호화-저장-인출의 단계를 거쳐 정보를 처리한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정신과정(지각, 기억, 학습현상등)을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과 연결 지어 설명하는 이론이다. 다시 말해 인간의 마음도 마치 컴퓨터차럼 부호화-저장-인출의 단계를 거쳐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을 생성한다는 것이다.


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의 기억을 크게 세 종류로 나눈다. 우리는 이것들을 각각 감각기억, 단기기억(작업기억), 장기기억이라고 부른다. 우선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의 자극/정보를 받아들인다. 이렇게 유입된 정보는 감각기억에서 아주 짧은 시간동안만 머무른다. 이때 감각기억에서는 유입된 정보에 정보처리능력을 할당할지 말지를 결정하여, 단기기억으로 정보를 이전하거나 망각해버린다.


한편 단기기억으로 이전된 정보는 본격적인 처리 과정을 거친다. 단기기억은 입력 정보를 들어온 순서대로 저장하며, 그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서 일정 시간동안 제한된 정보만을 저장할 수 있다(어렸을 적 핸드폰이 없을 당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냉장고에 붙어있는 학급 비상연락망에서 친구네 집 전화번호를 찾아 빠른 시간동안 되뇌고 전화를 걸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만약 작업 기억이 그 정보를 의미 있게 부호화하거나 되뇌지 않는다면 그 입력정보는 단기기억 저장소에서 사라지게 된다. 



한편 단기기억의 처리작업은 크게 자동처리와 통제처리로 나뉜다. 자동처리는 말 그대로 따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가능한, 무의식적 상태에서 일어나는 처리 작업이다.


반면 통제처리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제처리는 시연, 부호화, 체계화로 나눌 수 있다. 시연은 간단히 말해서 반복해서 되뇌는 것이다. 부호화는 입력한 정보를 나름대로의 해석 과정을 거친 뒤에 저장하는 것이다. 가령 우리는 학교에서 똑같은 교수님의 강의를 듣지만, 그 말씀을 정리한 필기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이 노트필기가 바로 부호화 작업의 결과물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강의내용 자체가 아니라 강의내용을 정리한 노트의 내용을 기억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체계화는 정보를 친숙하고 처리가능한 단위(Chunk)로 묶어 저장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단기기억에서 처리가 완료된 정보는 이제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이론적으로 장기기억의 용량은 무한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기기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겼을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중부호 모델, 특정 비교 모델, 명제 모델, 네트워크 기억 모델 등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우리는 그 중에서도 ‘네트워크 기억 모델’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네트워크 기억 모델 안에는 스키마 모델, 위계 네트워크 모델, 연상네트워크 모델, 활성화 확산 모델 등의 다양한 세부 이론이 있다. 언뜻 보면 복잡해보이지만 기본적인 맥락은 같다. 요약하자면 인간의 장기기억은 네트워크 형태, 일종의 그물망처럼 생겼다는 것이다(마인드 맵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각각의 정보들은 수많은 연결고리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인지과학에서는 이러한 정보마디를 '노드', 정보를 연결하는 고리들을 '링크'라고 부른다. 그리고 수많은 노드와 링크들의 집합체를 우리는 '스키마'라고 부른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기억의 처리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단기기억에서 이전된 정보는 장기기억에겐 새로운 정보다. 이것은 새로운 노드로서 기존의 정보구조, 즉 스키마와 새로운 링크를 형성하며 저장된다. 


한편 이렇게 저장된 장기기억은 필요한 경우, 작업기억으로 이전되어 정보의 처리를 돕는데 이는 앞서 말했던 ‘기호가 기억에 의존한다’는 맥락과도 이어진다. 


처음 먹어보는 ‘악어고기’의 맛을 돼지고기나 닭고기처럼 우리가 아는 맛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장기기억은 기존의 기억들과 새로운 정보를 연결시킨다.


이러한 기억의 메커니즘은 마케팅에도 유용하다. 기업은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의 장기기억 속으로 침투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동시에 스키마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능하면 브랜드를 긍정적인 개념들과 연관 짓는 게 좋다. 왜냐하면 인간은 스키마에 일치하는 정보는 잘 처리하지만, 스키마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왜곡하거나 회피하기 때문이다. 만약 부정적인 개념들과 브랜드가 이어진다면 이를 되돌리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앞서 말한 부호화와 시연이 중요한 것이다. 부호화와 시연은 기호학의 의미작용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의미작용이 기표와 기의가 결합하는 과정을 말한다면, 부호화는 인간이 해석의 과정을 통해 정보를 저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두 개념 사이에는 공통적으로 '해석'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바로 이게 기호학이 기억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스페이스 마케팅, 이른 바 공간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업은 이제 공간에 주목한다. 그들에게 공간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요소다. 왜냐하면 공간은 체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미 파인과 길모어, 슈미트 같은 학자들도 체험이 지닌 가치에 대해 연구하고 강조했었다.  기업은 공간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자사의 브랜드를 경험시키고, 그 과정에서 비롯된 긍정적인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브랜드와 연결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소비자의 내면에 각인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공간마케팅의 사례를 연구할 차례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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