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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Oct 29. 2019

23화_브랜드를 체험하다 part.1

BY.스페이스 마케팅 (아모레퍼시픽)

기호학이란 무엇인가. 그건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기호의 세상으로 간주하고, 그 기호가 인간의 인지 구조에 침투하여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편 기호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구조에 의한 후천적인 산물이다. 다시 말해 기호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인데 이때 반드시 동반되는 과정이 바로 의미작용이다. 이전에도 말했듯 의미작용은 기표와 기의가 만나 서로 상호작용하여 의미를 생성하는 활동이다. 소비 사회에서는 이 과정을 통해 소비 상품, 소비 활동, 소비 메시지 등이 단순히 실용성을 넘어 소비자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징적 체험으로 변형된다.





한편 끊임없이 변화하는 오늘날의 트렌드는 이제 ‘공간’으로 옮겨간다. 5G,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AR, VR 등의 수많은 가상공간의 등장을 야기했다. 이제 우리는 충분한 장비만 있다면 야구경기나 콘서트 등을 집에서 즐길 수 있다. 게임은 가상현실 분야에서 이제 진부한 장르다. SNS도 빼먹을 순 없다. 이제 우리는 가상공간 속에서 타인과 소통하고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등 우리만의 삶을 꾸려나간다.


한편 이러한 가상현실들의 범람은 장 보드리야르가 예견했듯 기호의 공해화 현상을 일으켰고, 가상현실에 대한 반감으로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시켰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공간의 어떤 부분이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매력으로 느껴질까. 그것은 바로 ‘체험’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가상공간과 달리 현실의 실재적인 경험을 안겨준다(게임 속 캐릭터가 캐비어를 먹는 것과 현실에서 내가 캐비어를 먹는 것은 전혀 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아닌 게 아니라 체험은 오늘날 여러 분야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인지심리학자인 파인과 길모어는 체험경제이론을 제시하며 체험이야말로 미래 경제 성장의 진정한 동력이 될 수 있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략적 체험 모듈 이론으로 유명한 슈미트(1999) 역시 체험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기업 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을 정도다.


특히 각박한 현대사회에 지친 사람들은 갈수록 감각적이고 쾌락적인 소비에 더 큰 만족을 느끼는 경향을 보이는데 오프라인 공간 속의 체험이야말로 강력한 어필 수단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오늘날의 Z세대에게 오프라인 공간은 아날로그에서 발견한 신선함으로 다가오며, 새로운 유형의 정신적인 만족감을 선사한다. 또한 오프라인 공간에서 획득한 체험은 온라인 공간인 SNS 속에서 자기자랑문화에 편승하여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어 수많은 잠재 고객을 끌어올 수 있게 만든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다룰 주제는 바로 공간이다. 기호학도 일찍이 공간이 가진 잠재성을 눈여겨보고 공간기호학이란 분야를 탄생시켰다. 공간기호학의 핵심은 간단하다. 인간은 공간 속에서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오브제들과 감각기관을 매개로 상호작용한다. 이때 오브제는 아직 의미가 부여되지 않은 단순한 공간적 기표로서, 공간 주체(인간)의 의미작용 활동을 통해 문화적 기의를 획득할 수 있다. 한편 공간은 주체의 오감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특유의 분위기까지 전달하는데, 이렇게 얻은 공간 속의 경험은 의미와 함께 기억 속에 저장된다.



그렇다면 공간 속의 체험은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의미작용)을 거쳐 기호로 자리 잡는 것일까. 그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기호가 된다는 건 일종의 구조화 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다. 우리가 ‘코끼리’라는 단어를 말할 때 코가 긴 회색 동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허나 실제로 코가 긴 회색 동물과 '코끼리'라는 단어에는 필연적인 연관성이 없다. 다만 우리가 그렇게 부르기로 했을 뿐이다. 이를 우리는 자의적 관계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기호는 이러한 자의적 관계를 유지한다.


한편 자의적 관계는 기본적으로 필연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대에 전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른 바 ‘학습’의 과정이 동반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기억의 영역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기호는 기억이다. 기표와 기의가 결합했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기억해야 기호는 유지될 수 있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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