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_우리들: 의무소방 알아보기

2018.05.25. (D-242)

by 뮤노

얼마 전 소방서엔 신규 의무소방원이 들어왔다. 나랑은 1년이 넘는 기간이 차이가 나는 이 녀석은 나처럼 대학교를 2학년까지 마치고 입대를 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신규들이 밀려올 시기던가. 두 달 후면 아마도 두 명의 의무소방원이 더 배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말까지는 아마도 계속 배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때문에 이를 기념으로 삼아 의무소방원에 대해 알아보는 글을 쓰려 한다. 그래도 명색이 의무소방이고, 그걸 바탕으로 글을 쓰는데 우리를 소개하는 글 하나쯤은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2023년이면 사라질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의무소방원의 선발 시험은 일 년에 두 차례 치러진다. 총 4개 기수, 600명의 인원을 뽑으며, 한 번에 두 개 기수(300명)를 선발한다. 시험은 일반 소방공무원들과 동일하게 체력검정, 필기시험, 인성면접의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1개 기수 당 지원자가 1000명이 넘을 정도로 경쟁률 자체는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체력시험의 항목엔 윗몸 일으키기, 멀리 뛰기, 50m 달리기, 1.2km 오래달리기가 있다. 이외에도 신체검사 항목이 있긴 하지만 특별한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탈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다루진 않겠다. 각각의 체력시험 항목엔 최소 기준이 존재하며, 이 중 하나라도 미달일 경우 그 자리에서 바로 탈락 처리가 된다. 언뜻 듣기에는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달성 기준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므로 긴장할 필요는 없다.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약간의 준비만 해둔다면 대부분은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으므로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험은 아니다.


이렇게 4개의 체력시험 항목들을 모두 통과하면 필기시험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필기시험은 국어, 한국사, 상식 등 총 세 개의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60문항(각각 20문항)을 60분 동안 풀어야 한다. 시험 난이도는 고등학교 교과과정 수준으로 학창시절 잠만 잔 게 아니라면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다. 다만 합격인원의 1.5배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탈락처리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시험공부를 충분히 해두는 게 좋다(특히 상식 분야는 일반 상식 외에도 소방상식도 함께 출제하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 때 보는 필기시험의 성적이 이후 본인이 자대를 배치 받을 때 기준이 되는 성적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단순히 합격만이 아니라 자신의 자대 배치까지 고려하여 고득점을 얻는 것이 좋다.


필기시험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인성 면접이 치러진다. 인성면접의 질문은 지원 동기, 국가관, 인성관, 소방상식, 사회 이슈 등 다양한 주제로 출제되고 있다(내 경우엔 지원 동기와 옥내소화전, 벌금/범칙금/과태료의 차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대해 물어보았다). 시험을 응시하는 인원이 합격자의 1.5배 밖에 안 되는 만큼 면접을 완전히 망치지 않는 이상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으며, 이후 합격자들은 의무소방원으로서 군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의무소방원의 복무기간은 총 23개월이다. 이는 2달의 훈련소 기간과 21개월의 자대 배치기간으로 구성된다. 의무소방원의 훈련은 논산육군훈련소와 중앙소방학교에서 각각 4주 동안 이루어진다. 논산육군훈련소에서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답게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우리는 전환복무요원이므로 의경이나 사회복무요원처럼 6주가 아닌 4주 과정을 수료한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적응생활이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일반 현역 병사들에 비하면 그래도 그 강도가 덜한 편이다. TV에서 본 것처럼 조교들도 그리 무서운 사람들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논산에서의 4주가 지나면 의무소방원들은 본격적인 기초소방교육을 위해 천안의 중앙소방학교로 이동한다. 이때부터 이들은 훈련병이 아닌 교육생으로 불리게 되며 수관 전개, 방수 전술, 사다리 전개법, 구조구급법, 로프매듭법 등 일반 소방공무원들과 유사한 훈련을 받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훈련들은 ‘로프매듭법’, ‘심폐소생술’, ‘수관 전개’로 이 세 개 항목이 태도 점수와 함께 의무소방원의 훈련소 성적을 차지한다.


훈련소 성적은 전체 성적의 20%를 차지하지만(나머지 80%는 앞서 말한 필기시험의 성적이 차지한다) 그렇다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필기시험을 합격한 인원의 상위 10%, 혹은 하위 10%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게 특정 점수대에 몰려 있다. 때문에 작은 소수점 차이로도 자신이 가게 될 지역이 바뀔 수도 있다. 농담말로 입대 전 시험이 우리들이 배치 받게 될 ‘도’를 정한다면 훈련소 성적은 ‘시’나 ‘군’을 결정한다. 그러니 본인의 남은 21개월을 위해서라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의무소방원의 자대배치 선정은 마지막 주차에 이뤄진다. 1차에서는 ‘도’가 결정되고, 2차에서는 ‘시’나 ‘군’이 결정된다. 기수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최종 결과는 수료식이 끝난 후에 통보되며 3시간 남짓의 짧은 면회를 마치고 의무소방원들은 각자 배치 받은 지역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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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부터 의무소방원들은 드디어 훈련병이나 교육생이 아닌 ‘이방'이라는 정식 계급을 부여받는다. 일방으로의 진급은 대개 자대 배치 후 1~2달 뒤에 이뤄지며, 상방은 일방 진급 후 7개월, 수방은 상방 진급 후 7개월 뒤에 달 수 있다. 자대에 가게 되면 의무소방원들은 화재진압, 구조, 구급 등 소위 말하는 주특기를 부여 받는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구급 보조 업무를 담당할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디까지나 내가 근무하는 서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점을 차고해서 들어주기를 바란다.


의무소방원의 일과는 아침 6시 30분부터 시작한다. 간단한 점호와 함께 아침일과(청사청소, 철문 개방, 조식 준비 등)를 마치고 나면 의무소방원들은 8시 40분부터 시작될 교대점검을 준비한다. 교대점검이 끝나는 9시가 되면 본격적인 주간근무가 시작되는데 보통은 주간근무를 담당하는 의무소방원 1명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함께 근무를 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자신의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개인 용무 등을 본다. 점심식사는 일반 군대와 마찬가지로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이뤄지며, 서의 규모에 따라 필요한 경우 의무소방원들이 식당 일을 돕기도 한다.


주간 근무는 오후 6시까지 이뤄지며, 근무가 끝나기 20분 전인 오후 5시 40분부터는 야간 교대점검이 시작된다. 야간근무는 오후 6시부터 익일 9시까지 총 15시간 동안 이루어지며 주간근무와 달리 사무실이 아닌 대기실에서 출동대기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보통 신규의무소방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것이 야간근무이다. 잠을 자는 와중에도 출동벨이 들리면 수시로 나가야하는 근무의 특성상 체력적으로 쉽게 지치는 건 물론이고, 혹시라도 출동벨을 듣지 못해서 따라가지 못한다면....... 그건 여기까지만 언급하련다.


그래도 야간근무가 끝나면 다음날엔 비번이 주어지기 때문에 굳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과거엔 의무소방원의 비번 보장을 잘 안 해주는 편이었지만 45시간 근무가 점차 정착되면서 의무소방원의 휴식과 비번 보장 역시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편이다(물론 이 역시 지역에 따른 차이가 심하다. 어떤 지역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45시간 근무를 채택하고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시간외 근무를 강요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굳이 충고를 하자면 우리들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가 찾는 수밖에 없다. 대신 그럴 경우엔 무언가를 하나 내놓는다는 각오로 해야겠지만). 어쨌든 공식적인 군인으로서의 일과는 오후 6시가 되면 종료가 된다. 저녁 식사 역시 그즈음부터 오후 7시까지 이뤄진다. 이후부터는 대기실에서 자유롭게 개인시간을 가진다. 점호는 오후 9시에 실시되며, 취침 역시 일반 군인들과 마찬가지로 10시에 이뤄지긴 하지만 야간근무를 하는 의무소방원의 근무환경 특성상 취침시간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야하는 걸 고려하면 일찍 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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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소방원의 근무는 보통 화재진압, 구조, 구급의 세 분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나는 가장 많은 대원들이 담당하는 ‘구급업무보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다만 요즘은 점차 3인 구급대가 확산되는 추세라 점차 구급을 담당하는 의무소방대원들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출동벨이 울리면 의무소방원들은 개인안전장구(헬멧)와 감염방지를 위한 장비(마스크, 위생장갑)들을 착용하고 구급차에 탑승한다. 의무소방원의 자리는 구급차의 뒷좌석으로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장비들을 챙겨놓거나 혹은 당장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셋팅을 해놓는다(때문에 차에 탑승하기 전 가급적이면 지령단말기를 확인하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현장에 도착하면 의무소방대원들은 주처지를 담당하는 반장님께 준비한 장비들을 인계하고 본인은 들것을 비롯한 운반 장비를 챙겨 환자에게로 달려간다. 현장에서 의무소방원들은 주처치 반장님을 도와 보조처치를 하고 처치가 끝나면 환자를 들것에 실어 옮기기까지 한다. 환자를 병원에 이송할 때엔 보통 앞좌석에 앉아 무전을 담당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위급하여 주처지 반장님 한 명만으론 모자랄 때에는 뒷좌석에 앉아 함께 처치를 하기도 한다. 병원에 도착하면 환자를 다시 들것에 내려 병원으로 옮겨놓고 구급차로 돌아와 사용한 장비 및 물품들을 정리하며 다음 출동을 준비한다. 이후 모든 업무를 마치고 귀소하면 사무실이나 대기실로 돌아와 다시 출동대기에 임한다.


지금까지 나름대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무소방원에 대해 설명하였다. 하지만 의무소방원들 사이엔 ‘서 by 서’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의무소방원들의 근무 환경이나 모습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소방공무원의 충원 정책의 영향을 받아 과거와는 근무 형태가 많이 달라진 곳도 있다.


따라서 이 글을 보더라도 정작 자신이 배치를 받은 곳과는 사뭇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지라 부족하지만 나름의 이해를 구해볼까 한다. 그럼 오늘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은 여기까지. 더 말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다면 그건 다음 시간을 빌려 차차 이야기하지 않을까. 그럼 그 때를 기약하며 나는 이만 물러서려 한다.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걸 빼 먹었다. 휴가와 외출외박을 말해주는 걸 깜빡했다. 우선 의무소방원의 휴가는 복무 기간 중 31일로 일반 현역 병사들과 동일하다. 총 3차례에 나뉘어 실시되며 1~2차는 9박 10일, 3차는 10박 11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휴가는 진급 시 얻을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 휴가를 잘라 쓸 수 있기도, 혹은 한 번에 쓰기도 한다.


외박은 크게 정기외박과 특별외박으로 구분된다. 정기외박은 아는 사람은 모두 알다시피 2달에 ‘3박 4일’이 주어진다. 특별외박은 명절 등의 특별한 행사가 있거나, 혹은 현장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을 경우 해당 (그 놈의...)관서장의 재량에 따라 주어진다. 기간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72시간 내에 한정되어 실시된다.


외출은 크게 종교외출과 면회외출 등으로 나뉜다. 종교 외출은 매주 주말 3~4시간 동안 실시되며, 가족이나 친척 등이 방문했을 때 실시되는 면회 외출의 귀대는 일석점호 전, 그러니까 오후 8시까지다. 이외에도 병원 치료나 혹은 개인이 응시하는 시험 등 다양한 사유로도 필요한 경우 외출을 실시하여 나갈 수 있다.


입대 예정자들에겐 아마도 선후임 간의 관계가 직원들 못지않게 두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 간략히 답변을 하자면 대부분의 의무소방원들은 한 센터에서 2~3명 정도가 근무한다. 물론 선후임간의 위계 관계를 완전히 부정할 순 없겠지만 소수가 함께 근무하는 만큼 일반 현역보다는 그 관계가 나름 유연한 편이다. 물론 함께 지내는 사람의 성향이 그만큼 중요하겠지만 서로가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기만 한다면 격의 없는 생활을 지향한달까.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임에게 막 대하는 선임들이 있다면 그것은 본인들이 바로 잡아주기를 당부한다.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을 바꾸는 건 ‘위’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이니까. 본인들이 겪은 불합리를 이후의 사람들에게까지 전달하는 것만큼 더한 꼴불견은 세상에 없다.



표지사진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yomanse&logNo=221192039042&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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