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_'깐깐한 선택' 편 part.1

#콘텐츠 분석: 쉐보레 스파크 광고 <깐깐한 선택>편

언제부턴가 매일 같이 매장을 드나드는 남자가 있다. 이 남자의 관심은 오로지 ‘쉐보레 스파크’다.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 지 답변해주는 모든 내용들을 다 받아 적는다. 나이도 제법 많던데 무슨 바람이 들어 이 차에 이렇게 관심을 쏟는 걸까. 그 나이 대의 남성들이라면 으레 중형 세단이나 SUV를 선호하겠구만. 혹시 건너편 매장에서 보낸 스파이, 뭐 그런 건가? 똑똑. 이런 오늘도 왔다. 서둘러 달려가 잠긴 문을 연다. 고개만 까딱거리고는 걸음을 쉐보레 스파크에게 향하는 저 남자,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기호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기호의 세상으로 간주하고 그 기호가 어떻게 인간의 인지 구조에 침투하여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예를 들어 한 입 베어 먹은 사과 그림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애플이라는 기업을 떠올리는데, 그 과정과 이유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기호학의 역할이다.

한편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의미를 가지고 서로 소통한다. 언어가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기호학은 그들이 소통의 매개로 활용하는 의미를 연구한다. 의미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비되는지를 연구한다. 때문에 기호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의미를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와 절차를 알아보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오늘 우리는 ‘쉐보레 스파크’의 광고인 <깐깐한 선택>을 기호학을 활용해 분석하려 한다. 이를 통해 광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그 메시지는 어떻게 광고 속에서 형성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에 만들어진 광고 중 top3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에 이론부터 배워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 이번 주 여러분께 소개할 사람은 현대기호학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A.J. 그레마스’다. 파리기호학파의 창시자인 그는 특히 서사기호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의미생성모델’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대관절 의미생성모델이란 무엇일까?

의미생성모델이란, 말 그대로 의미가 생성되는 행로를 보여주는 이론이다(번외 참조). 이 이론에 따르면 의미는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우린 각각의 단계를 표층구조, 서사구조, 심층구조라고 부른다.

‘표층구조’에서 수용자는 해당 기호의 비주얼 이미지, 혹은 시각적 기표를 지각한다. 해당 이미지는 수용자의 스키마를 기반으로 도상적 추론, 조형적 추론, 상징적 추론 등을 거쳐 인지되고, 수용자의 내면에 하나의 기호로 자리 잡는다.

한편 ‘서사구조’는 표층구조와 심층구조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 단계에서 수용자는 스토리텔링이 적용된 서사구조를 따라가며 저도 모르게 표층구조에서 포착한 비주얼 기호에 몰입하고, 이를 해석한다. 이러한 과정은 수용자가 기호 속 내재된 심층구조의 가치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서사구조란, 수용자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비주얼 기호를 내면화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교란 장치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심층구조’에는 궁극적으로 기호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코드가 있다. 이때 코드는 각각의 사회적, 문화적 특성에 따라 다른 모습을 가진다. 따라서 기획자는 이러한 문화 코드에 맞춰 콘텐츠를 기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기획자는 원하는 문화코드를 심층구조에서 특정하고 이를 서사구조와 표층의 비주얼 기호들의 조합을 통해 수용자에게 전달한다(Encoding). 한편 수용자는 표층의 비주얼 기호와 서사구조의 분석을 통해 기획자가 전달하고자 한 핵심 문화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Decodig). 이렇듯 의미생성모델은 의미가 단순층위에서 복잡층위로, 추상층위에서 구체적인 형상층위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효율적인 도식이다.

.

.

.

'다음화'에 계속.......

---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