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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Mar 20. 2019

13화_바르트의 소녀시대 part.2

#콘텐츠 분석: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그렇다면 기호학적 차원에서 담화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소쉬르의 기호 개념에서 엿볼 수 있다. 앞서 배웠다시피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와 기의가 조합된 이항구조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단순히 기표와 기의가 만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이 하나의 기호가 될 수 있도록 구조화 시켜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가령 내가 나무를 ‘오소리’라고 부른다면 나는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무’라고 부르기로 사회구성원끼리 이미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소쉬르는 이러한 경우처럼 기호를 기호답게 구조화 시켜주는 것을 ‘코드’라고 불렀다. 그리고 담화는 이러한 ‘코드’의 역할을 수행한다.


프랑스의 언어학자 에밀 방브니스트는 이러한 담화 안에서 기호가 어떻게 조직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언술’이란 개념을 도입하였다. 언술이란 쉽게 말해서 일종의 문장으로 생각하면 된다. 방브니스트에 따르면 언술은 두 가지 코드를 가진 이항구조의 형태다. 그것들은 각각 ‘구조적 코드(기표/기의)’와 ‘의미론적 코드(지시대상)’라고 부른다. 쉬운 설명을 위해서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겠다. 어떤 남자가 길을 가다가 나무가 쓰러져 있는 광경을 보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자기가 본 것을 연인에게 설명하려 한다. 이때 그가 연인에게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말이나 글, 즉 시각적/청각적 기호의 조합(기표)과 그 조합된 기호를 통해 연인의 머릿속에서 해석된 정보(기의)를 구조적 코드라고 부른다. 그리고 남자가 목격한 현실의 쓰러진 나무(지시대상)는 의미론적 코드다. 

출처//로라 오즈월드 <마케팅 기호학>

한편 이러한 언술은 담화 속 ‘서술행위’를 통해 다른 기호와 관계를 맺고 그 의미가 확장되기도 하는데 이 때 확장된 의미는 관습적 차원과 맥락적 차원으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나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려보자. 관습적인 차원에서 ‘나무’의 의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나무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것들이다. 한편 맥락적 차원에서 ‘나무’의 의미는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상황 속에서 특정되는 것들이다. 여기 ‘그 마을의 거목이 쓰러졌어!’라는 문장이 있다. 관습적인 차원에서 ‘거목’은 단순히 그 마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를 의미한다. 하지만 맥락적인 차원에서 ‘거목’은 마을의 유력인사라던지, 중요한 상징물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렇듯 담화 속에서 의미의 관습과 맥락은 서로 일치하기도, 불일치하기도 한다. 앞서 우리가 예시로 든 어머니와 아이의 대화는 후자에 해당된다. 


이러한 방브니스트의 이론은 언어기호뿐만 아니라 이미지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 여겨볼만 하다. 언어적 차원의 언술이 ‘구조적 코드’와 ‘의미론적 코드’를 가졌다면 시각적 차원의 언술(이미지)은 ‘시각코드’와 ‘문화범주’를 갖는다. 설명을 위해 두 남녀의 웨딩사진을 가져왔다. 시각코드 차원에서 우리는 이 사진 속의 촬영 구도, 조명, 소품의 배치, 컬러, 두 남녀의 화장, 포즈, 표정, 의상 등이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고, 어떤 개별적 의미를 띠고 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한편 문화범주 차원에서는 이를 이데올로기적으로 바라본다. 가령 두 사람의 행복한 표정은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사랑과 결혼생활을 향한 그들의 기대감을 의미할 수 있지만 결혼은 곧 행복한 것이라고 여기도록 하려는 사회적 음모일 수도 있다. 여성이 입은 웨딩드레스에는 단순히 그들이 결혼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의도만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곧 여성성의 한 형태를 규정하고 있다. 순결과 정절, 우아함과 아름다움의 가치 등을 말이다.

(조우종/정다은 아나운서 웨딩사진, 출처 위키트리)

프랑스의 구조주의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의 저서인 <이미지와 글쓰기>를 보면 이러한 시각적 담화이론의 연구 가능성을 보다 자세히 유추할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카메라가 현실을 직접적으로 포착하여 사진을 통해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전달해준다고 생각한다. 회화나 조각 등, 다른 예술은 따라올 수 없는 현실의 재현 능력이야말로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바르트는 사진을 찍는 과정을 예시로 들며 ‘과연 사진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재현 하는가’란 물음을 던진다. 바르트에 의하면 사진가가 아무리 중립을 지키려 애를 쓰더라도 사진을 찍을 때 필연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프레이밍, 피사체와의 거리, 빛, 초점, 셔터 스피드 등에서 작가의 주관성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바르트는 사진이 오로지 화면 속에 나타난 ‘지시된 메시지(Denoted Message, 시각코드)’만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것 역시 작가에 의해 부여된, 문화적으로 결정된 ‘내포된 의미(Connoted Message, 문화범주)’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사진은 현실에서 잘려 나오는 그 순간부터 수많은 다른 의미를 지닐 가능성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르트 이후 사진의 다의성에 관한 논의는 ‘맥락(Context)'라는 개념에 초점을 두고 진행 되었다. 사진의 맥락은 크게 '내부적 맥락(Internal Context)'와 '외부적 맥락(External Context)'으로 나뉜다. 내부적 맥락은 쉽게 말해 사진이 하나의 텍스트 내에서 제목, 본문, 글, 그림 등 다른 요소들과 맺는 관계를 의미한다. 사진학자 ’빅터 버긴(Victor Burgin)'은 사진 이미지의 다의성이 사진을 둘러싼 글에 의해 규정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사진의 ‘제3의 효과론적 의미’가 그 맥락적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진이 홀로 제시되었을 때는 결코 가지지 못했을 것들이다. 아래의 사진을 살펴보도록 하자.

위의 작품은 사진작가 ‘도로시아 랭’의 <이주노동자의 어머니>라는 작품이다. 경제대공황 당시 피폐된 농촌과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다룬 것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통해 최대한의 리얼리티를 반영한 이 작품도 함께 쓰이는 텍스트 구성 요소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가령 이 사진이 노동자들의 빈곤을 고발하며 정부의 도움을 호소하는 뉴스 기사에 사용되었다면 이는 당시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상징한다. 반면 정부의 뉴딜정책을 안내하는 책자에 사용되었다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강인하게 버티려는 노동자들의 의지를 상징하게 된다. 혹은 미국의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대해 논평하는 야당 국회의원에 의해 사용된다면 정부의 잘못된 선택으로 근심하는 국민들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아이들의 모습을 잘라내고 어머니의 얼굴만을 가져다가 뉴스에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사진 속의 이들이 ‘이주노동자’란 언급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그저 가난한 도시의 빈민이 될 수도 있다. 이렇듯 사진은 사용되는 매체의 내부적 맥락에 의해 그 의미가 각기 다르게 프레이밍 된다. 설령 그것이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다.


한편 외부적 맥락은 산문이나 잡지, 갤러리 등 사진에 대한 담론이 이루어지는 제도적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제도적 공간은 그 속에 사진을 둘러싼 담론을 만드는 규칙들을 하나의 관습으로 확립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진의 이미지와 생산과 소비를 규정짓는다고 할 수 있다. 작가 ‘수잔 손탁’은 유진 스미스의 <미나마타>란 작품이 갤러리나 뉴스, 정치적 시위, 경찰 파일, 잡지, 책, 거실의 벽 중 어디에 등장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게 보일 것이라며 공간으로서 맥락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 그녀는 사진은 하나의 파편에 불과한 것으로 그것이 지닌 의미는 그것이 사용되는 공간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사진 이미지는 텍스트 내 다른 구성 요소(내부적 맥락)와 그것을 제시하는 공간(외부적 맥락)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수사학적 틀 내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사진 비평가인 ‘알란 세즐라’는 사진 이미지의 의미 생산에 있어서 나타나는 이러한 내부적 맥락과 외부적 맥락의 상호작용을 ‘담론’이라는 개념으로 축약하였다. 결론적으로 의미의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는 고립된 사진 이미지는 구체적인 담론 속에서 비로소 분명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이러한 담화를 분석하는 행위는 꽤 유용하다. 왜냐하면 그건 의미와 문화적 서브텍스트 사이의 관계를 꾸밈없이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브랜드의 포지셔닝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오늘날처럼 브랜드의 가치가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 무한히 확장되는 것이 흔해진 상황 속에서는 필수불가결하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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