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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Mar 10. 2019

12화_바르트의 소녀시대 part.1

#콘텐츠 분석: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처음 기호학을 소재로 글을 쓰던 때를 떠올린다. 지금까지 우린 소쉬르와 퍼스를 비롯해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과 개념을 공부했다. 만약 누군가 우리에게 ‘기호학’이 뭐냐고 묻는다면 이젠 자신 있게 대답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여태까지 우리의 주관심사가 마케팅의 영역에 머물렀다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기호학은 마케팅의 분과학문이 아니다. 오히려 마케팅이야말로 기호학의 수많은 가능성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한 이유로 이제부터 우리는 마케팅으로서의 기호학에서 조금씩 벗어나 볼까 한다. 보다 포괄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쏟아보려 한다. 아마도 보다 많은 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소개될 것이다. 물론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해두자. 우리는 아마추어라는 사실을. 우리는 프로가 아니다. 프로에게 프로의 영역이 있다면, 아마추어에겐 아마추어의 영역이 있다. 우리의 목표는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는 게 아니다. 다만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론 중 하나로써 기호학을 보다 알고 싶어 할 뿐이다. 스피노자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판다.’ 고로 앞으로 진행될 글들은 보다 깊이 파고들기 위해 넓게 파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시간에 우리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 9편을 집중적으로 다뤄보려 한다. 사실 뮤직비디오와 광고는 여러모로 공통분모를 가진다. 광고의 기본 목적은 잠재적인 소비자에게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어필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편 뮤직비디오가 대중들에게 어필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가수’다. 뮤직비디오 속에서 복잡하게 코드화 된 각각의 요소들은 가수에게 어떤 이미지를 부여하고, 가수는 그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판매한다(이를 장 보드리야르는 ‘시물라크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개념에 대해서는 지난 시간에 충분히 설명했었다).

이러한 이유로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은 상상 그 이상이다. 오늘날처럼 콘텐츠의 경로가 다양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가수들이 자신의 음반을 홍보하는 주요 방법은 라디오나 TV 등 방송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음반회사들은 자사의 가수와 음악을 더 홍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시작했고, 특히 2000년대에 이르면 ‘드라마 타이즈’라는 장르처럼 억대의 제작비와 초호화 캐스팅으로 무장한 뮤직비디오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편 오늘날에는 음반의 주요 트렌드가 아이돌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과거의 극적 스토리텔링보단 해당 가수의 안무와 컨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또한 SNS, 유튜브 등 매체의 경로가 다양해지고 이를 향유하는 젊은 세대가 전면으로 등장하면서 뮤직비디오 역시 호흡이 짧아지고 하이라이트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른 바, ‘스낵컬처화’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직비디오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독특한 유머코드와 따라 하기 쉬운 안무로 무장한 이 뮤직비디오는 SNS 등을 통해 널리 퍼져 해외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결국 싸이를 빌보드 차트 2위에까지 올려놓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듯 뮤직비디오는 중요성은 오히려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기존의 광고와 다르게 수용자에게 거부반응이 낮을 뿐만 아니라 잘 만든 뮤직비디오 한 편은 수용자에게 만족감을 선사함으로써 싸이의 사례처럼 해당 가수를 홍보하는 효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 어쩌면 뮤직비디오는 오늘날 마케팅의 한 분야로 일컬어지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원조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에서 과연 무엇을 엿보고자 하는 걸까. 아시다시피 ‘소녀시대’는 지난 2007년 이후, 어느덧 데뷔 10년이 넘은 베테랑 아이돌이다. 덕분에 히트곡도 많고 거기에 딸린 뮤직비디오도 많다. 우리는 이제껏 기호학에서 중시하던 공시적인 관점을 벗어나 ‘통시적인 관점’에서 그녀들의 뮤직비디오를 다루려고 한다. 그녀들의 뮤직비디오를 차례대로 훑어보다 보면 2011년을 전후로 소녀시대의 음악이나 안무, 의상, 헤어스타일 등, 전반적인 컨셉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다. 예상컨대 그 이면에는 2011년부터 진행된 소녀시대의 해외진출 시도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2011년을 전후로 변화한 소녀시대의 브랜드 포지셔닝을 기호학적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해보려 안다. 특히 이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부는 페미니즘 열풍을 고려했을 때 아마도 흥미로운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알아둘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담화이론’이다. 담화란 무엇인가. 사전에 따르면 그건 메시지의 송신자와 수신자의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맥락을 의미한다. 가령 한 아이가 놀다가 실수로 창문을 깼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본 어머니는 아이에게 ’참 잘했다~'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경우에 그 문장은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머니의 그 말이 아이를 향한 칭찬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다. 오히려 그 말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향한 반어적인 타박이다. 우리가 이를 알 수 있는 건 아이가 창문을 깼다는 상황적 맥락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가 창문을 깼다는 상황적 맥락을 알지 못했다면 우리는 어머니의 ‘참 잘했다~’라는 말을 다른 식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적 맥락을 우리는 ‘담화’라고 부른다. 이렇듯 담화는 커뮤니케이션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끼치는데, 이를 다루는 게 바로 ‘담화이론’이다.


(다음 화에서 계속...)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ps//오랜만입니다. 좀 길게 쉬다 왔습니다. 다시 시작해보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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