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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Dec 19. 2018

번외_'롤랑 바르트'는 누구인가

부제: 신화론

소쉬르 이후, 기호학은 오랫동안 언어학이나 철학 연구에만 매달렸다. 그런 기호학의 관심사를 대중문화 전반으로 확대시킨 사람이 있다. 바로 프랑스의 구조주의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다. 개인적으로는 기호학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장 소개하고 싶었던 사람이다. 사실 내가 기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실은 이 사람의 생각과 글의 영향이 크다. 그는 <텍스트의 즐거움>, <모드의 체계>, <S/Z> 등 한 평생 다양한 저서를 남겼는데 우린 오늘 그 중에서도 <신화론>(국내에서는 ‘현대의 신화’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었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신화를 이야기로서 접근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와는 달리 롤랑 바르트는 신화를 하나의 기호로 접근했다. 바르트에게 신화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게끔 만드는 잘 짜여진 이야기'다. 그는 이러한 신화가 사람들로부터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기호화 과정을 거친다고 보았고, 이를 다음과 같은 도식으로 설명하였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가 실제로 자신의 설명에 인용했던 '파리마치'라는 잡지의 표지 사진과 함께 살펴보겠다.



기호로서 신화는 적어도 3번의 의미화 과정을 거친다. 1차 의미화 단계에서 기호는 수용자에게 즉각적으로 지각/인지 된다. 이 때 기호의 의미는 구체적이고 즉각적으로 포착되는 명시적 의미(Denotation)이다. 명시적 의미는 기호의 표면적 의미이며 막연한 형태로 수용자에게 습득 되어 일반적인 느낌 차원에서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위의 사진을 바라보도록 하자. 해당 사진에서 우리는 몇가지 특징들을 발겨할 수 있다. 우선 사진 속 등장하는 피사체는 흑인 청년이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의 군복을 입은 채로, 무언가를 향해 근대식으로 경례를 올리고 있다. 이를 통해서 사진의 관객들은 청년의 늠름함과 단호함, 그리고 어떤 결의를 느낄 수 있다.


2차 의미화 단계에 이르면 기호의 의미에 수용자의 감정이나 평가가 개입한다. 수용자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맥락에 의해 기호를 주관적으로 해석한다. 이렇게 생성된 의미를 함축 의미(Connotation)라고 부른다. 이때 말하는 함축 의미는 인지과학의 '의미망'과 일맥상통한다. 의미망에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인지되고 저장된 명시적 의미들이 저장되어 있다. 바로 이 의미망 속에서 함축의미는 수용자의 (도상, 은유, 상징 등)수사학적 장치에 의해 생성된다.


사진에는 프랑스 군복을 입은 흑인 청년이 무언가를 향해 경례를 하고 있다. 우리는 그 늠름한 흑인 청년이 경례를 하고 있는 대상은 '프랑스 국기'일 것이라고 전제한다. 왜냐하면 그 청년은 프랑스의 군복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사진의 관객은 '프랑스는 위대한 조국'이며, '프랑스의 모든 자손들은 인종차별 없이 이 위대한 국가의 국기 아래에서 평등하게 군복무를 한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3차 의미화 단계에 이르면 기호는 마침내 신회로 거듭난다. 이를 위해서 기호의 의미에 사회적 통념과 이데올로기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기호의 의미를 수용자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다.


앞선 사진으로 다시 돌아가보도록 하자. 본래 프랑스인들은 게르만족이다. 그들은 순수 백인이다. 그러니 사진 속의 프랑스 군복을 입은 흑인 청년은 순수 프랑스 국민의 혈통이 아니다. 그는 지난 세기의 제국주의 정책 속에서 프랑스의 식민지가 된 국가의 후손일 것이다. 따라서 이 사진의 의도는 프랑스의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식민지 출신의 이 흑인 병사가 프랑스에게 봉사하는 열정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의견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프랑스의 제국주의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바르트에게 신화란 한 사회의 지배계급이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담론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수단이다. 이러한 이유로 롤랑 바르트는 신화의 의미작용을 해체하고 폭로할 수 있는 ‘탈신화적 사고’를 통해 그들의 논리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바르트의 기호학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그는 기호의 범위를 언어기호에서 문화기호로 확장시켰다. 이로 인해 기호학은 대중문화의 광범위한 텍스트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그 속에 내포된 지배계급의 가치(코드)를 엿보게 되었다.


다음으로 그는 기의의 영역을 ‘명시적 기의(Denotation)’과 ‘함축적 기의(Connotation)’으로 구분하였다. 소쉬르에 따르면 기호는 기표와 기의의 상호작용으로 성립한다고 보았다. 바르트는 여기에다가 '이차적 의미작용단계'를 추가했다. 기호의 의미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명시적 기의는 일차적 의미작용에서 획득된다. 이렇게 성립된 기호(기표-명시적 기의)는 곧바로 또 다른 기표가 되의 이차적인 의미작용을 거친다. 이 때 획득되는 기의가 바로 함축적 기의다. 


가령 어떤 사람이 길을 걷다가 보라색 스웨터를 옷가게에서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그는 그 옷을 보자마자 그 옷이 예쁜지 안 예쁜지, 지금의 날씨에 적합한지 적합하지 않은지. 혹은 어떤 장소와 환경에서 어울릴지 등 직관적인 의미들을 획득한다. 하지만 나아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첫사랑이 입었던 옷과 같은 종류라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녀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들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남자에게 보라색 스웨터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첫사랑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기호가 된다.


지금까지 우린 롤랑바르트의 기호학에 대해 알아보았다. 기호학을 만약 한글에 빗댄다면, 소쉬르는 세종대왕, 롤랑 바르트는 주시경쯤 될 것이다. 특히 그의 이론은 우리의 주관심사인 마케팅 분야에서 브랜드 신화를 만들고 특정 브랜드를 포지셔닝 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론을 제공한다. 아마 앞으로도 롤랑바르트의 의미화 도식은 종종 보게 될 것이다. 잘 기억해둔다면 분명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자, 그럼 이쯤에서 오늘의 번외편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다음 시간에 뵙기를.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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