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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Aug 28. 2020

물건에 관한 이야기

정리하는 즐거움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이기 이전부터 나는 뭔가를 잘 버렸다.   

 잘 정리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내게 소용없다 싶은 물건을 가지고 있질 못해서 일 년 이상 돌아보지 않은 물건들은 아까워도 버리곤 했다.   그러다 보니 버리고 나면 찾게 되는 일도 없진 않았지만.   

 

 아프던 엄마가, 와서 물건을 한번 정리해달라고 했다.  너는 잘 버리니 네가 적임자라며 맘대로 버리고 정리하라셨다.   

 엄마 집에 7할 정도는 다 버릴 수 있는데.. 했지만, 엄마 물건이니 매번 보여주고 허락을 맡았다.  

 -엄마 이건?

 -그건 비싸게 주고산 거야, 아까워

 -엄마 이거는 있는지도 몰랐잖아.

 -아니야, 두면 쓸데가 있을 거야.

결국 목표치의 반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정리를 마쳤었다.   하지만 아픈 엄마를  침대에 앉혀두고 물건 하나씩 꺼내 보여주며, 버리는 정리와 함께 추억 정리도 한 셈이 되었다.

 비싼 거라 선물 받고도 모셔두기만 했다는 가방.  좋아해서 자주 입었던 옷. 장신구를 좋아하지 않아 몇 개 안된다는 패물들.    


 얼마 후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부모님은 떠나고, 남겨진 것들은 부모님 집에 그대로 있었다.  주인을 잃은 물건들.   쓰임이 없어진 물건들.

 매일 물건들이 버려졌다.

 엄마가 아끼고 광을 내 가꾸던 살림살이는, 이제 그저 폐기물이 되어 쓰레기장 한편에 놓였고, 이역만리에 중고품을 수출한다는 업자가 더러 가져가기도 하였다.    

 한 사람의 생애가 끝나고, 그와 함께 한 손때 묻은 물건들이 버려지는 광경을 보는 것은 , 부모님의 부재만큼이나 서글프고 마음 아픈 일이었다.   

 물건의 주인에겐 차마 버리지도 못할 소중한 것들이었을 텐데...    


 죽음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죽음을 계획할 수는 없는 일이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긴 하지만 나는 내가 내 인생을 정리하며 내 물건도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있길 바란다.     

도둑처럼 올 것이다.   예기치 않은 시간에, 준비하지 못한 어느 날에.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정리를 한다.   


 나에게 소중했던 추억들은 나에게만 소중하다.  

 내가 아꼈던 물건은 나만 아낀다.

 그러니 물건 하나를 사면, 하나를 정리한다.   새로운 사진 한 컷을 찍으면, 오래된 추억의 시간들의 한 컷을 정리한다. 

 이런 정리의 시간들은, 깊숙이 들어있어 있는 줄도 몰랐던 추억들을 꺼내어 반가워하거나, 잊고 있어 쓰임새 없던 것들을 다시 친구로 불러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사는 동안 정리의 시간은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러니 오늘도 잊지 말고 정리할 것.   

이렇게 새로운 하루를 살면, 지나간 하루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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