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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Sep 06. 2020

잠시 핸드폰을 꺼두셔도 좋습니다

 


   외출을 해서 한동안 돌아다니고나서 식사를 하려고 앉았을 때, 핸드폰을 집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멀쩡하다가 그때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핸드폰이 없다니...    


   핸드폰이 없던 학생때 어느 여름방학.  친구들과 과천 대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을 하기를, 대공원 정문에서 만나자! 라고했는데 네명중 둘은 정문 밖에서 기다렸고, 둘은 정문 안에서 기다렸다.   

   결국 서로 만나지 못해서 정문 안에 있던 둘은 놀이기구를 타고 놀았고, 밖에 있던 둘은 과천에서 영화를 보았다.   나중에 넷이 모두 어이없어 하며 말을 되짚어 보았다.  

   안에 들어가 있던 둘은, 정문 들어가서 만나!  라고 알아들었고, 밖에 있던 둘은, 정문앞에서 만나! 로 알아들었다는 걸 알고 한참 웃었다.   

   스무살 적 일이다.    


   학교다닐 때 약속은 주로 종로서적앞이거나, 역 앞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기다릴 줄 알았던 것 같다.   연락이 안되니 어쩔 수 없이 기다렸을 수도 있지만,  낯선 곳에서, 몇시에 약속을 잡았어도 , 약속을 기다리고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익숙했다.   그리고 약속을 기다리는 시간이 꽤 설레기도 했던 것 같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도 이렇게 잘 만나고 살았는데, 핸드폰을 손에 쥐고 사는 요즘은 상상이 안되는 일이다.       

   지금은 친구들과의 약속장소에 가면서부터 카톡을 주고받는다.  가고있어, 가는 중이야, 곧 도착해.  

   네비게이션을 보면서 움직인다면 또 이야기해준다.  몇분후에 도착 예정이라고 해.

   기다리는 사람도 묻는다. 어디쯤 오고 있어?    


   편리하기도 하지만, 기다리는 설레임은 사라진 시대다.    뿐만 아니라 핸드폰으로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이다.   검색은 컴퓨터보다 핸드폰이 익숙하고, 결제기능덕에 지갑없이도 얼마든지 생활이 가능하다.   말을 할줄 몰라도 낯선 나라에서 잘 돌아다니고, 잘 즐길 수도 있다.    


   예전 유명했던 광고카피.   잠시 핸드폰을 꺼두셔도 좋습니다.    


   핸드폰이 안된다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없다면..  심심할 것이고, 답답할 것이다.   고립된듯한 막막함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끔 핸드폰이 없는 생활을 꿈꾸어보기도 한다. 


   아날로그식으로 약속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시계를 번갈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가득찬 시간이 그립기도 하다.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놀이의 시간대신 할 일이 없이, 놀 것이 없이 아주 심심한 하루를 보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면, 아마도 좀더 많은 생각을 하거나, 좀더 많은 생각을 비워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오늘처럼 몇시간 핸드폰은 없다면 금단증세처럼 불안해진다.

   집에 와서 핸드폰부터 확인했다.   


   이미 알고있지만,  별것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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