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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Oct 24. 2020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은

해금

2년 가까이 해금을 배우고 있지만, 여전히 닭잡는 소리에서 딱히 나아진 것은 없다.   손가락건초염으로 한달여 쉬었다가 다시 시작했는데, 쉬기전에 연습을 막 시작했던것은 "적념" 이었다.


- 적념 ;  번뇌를 벗어나 몸과 마음이 흔들림 없이 매우 고요한 상태의 생각


처음 곡을 받아서 들었는데 좋다라기 보다는, 어렵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 곡안에서 자꾸 박자가 바뀌며 특히나 빨라지는 부분에선 스타카토처럼 연주해야 한다.   피아노 건반으로 스타카토를 치는 것은 쉬운데, 활로 스타카토를 연주하는것은 너무 힘들다.   바이올린같은 서양현악기와 달리 해금은 안줄과 바깥줄 두줄로만 연주해야해서 나같은 초보는 스타카토를 하다보면 꼭 위아래 줄을  자꾸 건드려서 음이 섞여버린다.

신기한 건, 선생님하고 연주하면 잘되는데 집에만 오면 닭을 잡는다는것. ^^;


이 곡을 듣거나 연주할때면, 곡의 제목처럼 마음이 매우 고요해진다.    

이 곡 "적념" 이거나,  "그 저녁무렵부터 새벽이 오기까지" 같은 내가 좋아하는 곡을 해금으로 연주하고 있을때면, 사람 많은 광장에서 혼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것 같다.  내 주위로 결계가 쳐진 느낌이랄까.   

이래서 듣는 이에겐 닭잡는 소리라고 놀림받으면서도, 여전히 해금을 배우고 있는듯.      

                    



생각해보면 어려서부터 늘 무언가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일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공부하고,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공부하고, 좀더 높은 직책, 좀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좋은 일이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쓰고 노력했던 시간들은 소중하다.


돌이켜 보면 늘 애쓰고 수고하며 열심히 살았던 시간들인데,  일을 조금씩 손에서 놓으며, 나는이제  무언가 되어야 한다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중이다.

지금도 무언가 될수있고, 뭔가를 이루어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제 그런 것에서 조금 자유롭게  인생을 살고 싶다.  


해금을 배운다.

배워서 무엇하려고?

그냥 좋아서


이제 무엇이 되어야 한다거나,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거나 하는 목표없이 그저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고, 즐겨보고, 맛보는 시간들을 보내보려고 한다.   

인생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득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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