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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Aug 04. 2021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온라인 쇼핑을 주로 하는 데다 식구도 단출한 집이다 보니 대형마트를 자주 가지 않는다. 오랜만에 갔더니 그 사이 마트 , 백화점 등도 출입 명부 작성이 의무화되었다고 입구에서 안심콜을 안내하고 있었다. 어느새 QR코드를 찍거나 안심콜을 하는 것은 이제 당연한 세상이 되었다.  


 그 어디를 드나들든지 간에 우리는 얼굴을 카메라에 보여주거나, 손목을 대어 체온을 잰다. 수기 명부, QR코드, 안심콜 그 어느 것이든 인증을 하고 들어가야만 한다. 

 "정상체온입니다! "

 "인증되었습니다! "

 어느새 이런 기계의 멘트는 카운터 직원의 인사보다 먼저 받는 인사가 되었다. 사랑이 담기지 않은 영혼 없는 사랑고백을 하는 , 통신사의 "사랑합니다, 고객님!" 같은 류의 인사보다는 차라리 이런 사무적인 멘트가 낫긴 하다. 


 처음엔 어디 들어갈 때마다 거쳐야만 하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이 낯설고 불편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들이 익숙해졌다. 언제 우리 생활이 이렇게 바뀌었을까. 

 한여름 뙤약볕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는다. 더워서 벗고 싶지만, 또 벗고 싶어 죽겠는 것 까지는 아니다. 그 역시 적당히 적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열두 번씩 손을 씻고, 사방에서 굴러다니던 핸드크림은 코로나 덕에 알뜰히 모아서 써주었다. 작년이던 2020년 1월부터 확 다가온 코로나는 말 그대로 비일상의 일상화를 이루어냈다.


 지난주 도서관에 들어가며 QR코드를 찍었다. 다른 때 같으면 "인증되었습니다"로 끝날 것이었지만 평소와 달랐다. " 코로나 백신 2차 접종 14일 전입니다! " 난데없이 나오는 멘트에 식겁했다. 음, 똘똘하군. 혼자 웃으며 돌아오다 문득 생각했다. 나의 많은 부분을, 알려고만 하면 다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살짝 오싹했다.

 굳이 QR 인증이 아니더라도, 내가 긁고 다니는 카드, 사방의 CCTV, 자동차들마다 달고 다니는 블랙박스, 거기에 구글 타임라인.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나의 동선은 이미 공공재가 되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는 세상인 것이다. 거기에 코로나가 기름을 부었구나. 이런...


 돌아오는 길, 이어폰을 꽂고 흥얼흥얼 아무 생각 없이 걷지 않았다. 도로 곳곳에 달린 cctv, 지나가는 차들.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선 입주민카드를 인식시킨다. 엘리베이터 안에선 괜히  지켜보는 카메라에 손을 살짝 흔들어본다. 현관 앞에서야 지켜보는 눈들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구글이 남았지. 핸드폰이 있는 한 우리와 함께 있는 구글. 하이, 구글!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나 이제 안 나가고 오후를 보낼 거야.


 그렇다. 아무래도 이것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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