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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Nov 29. 2021

나의 몰개성 한탄기

   그간 쌓아놓은 원고들을 정리해 출판사에 투고를 한다. 메일을 보내고 기다린다. 혹 기다리는 소식이 오려나 싶어 까치발 들고 문밖을 내다보듯 그렇게 말이다. 물론 기다리는 소식은 오지 않는다. 어쩌다 AI가 써 보낸듯한 답장을 받는다. 

'귀한 원고를 보내 주어 감사하다. 아쉽지만 다른 좋은 출판사에서 빛을 보기 바란다.' 

천편일률적이나, 내가 출판사래도 거절하는 다른 말이 딱히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침에 메일 한통을 받았다. 완곡한 거절의 표현과 함께 편집자의 한마디가 붙어있었다. 

"작가님은 문장을 잘 쓰시지만, 책에서 개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앞부분은 인사일 것이고, 뒷부분은 진심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도 붙여넣기한 글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한 줄 코멘트가 달린 출판사의 거절 메일은 흔한 일은 아니니 여러 번 그 문장을 읽어보았다. 메일을 닫고도 한참 더 '나의 몰개성'에 대해서 오래 생각했다. 

물론 편집자는 몰개성이라고는 하지 않았으나, 이미 나에게 있어 '개성이 부족 = 몰개성'의 공식이 성립되어버렸다. 그렇다. 이미 삐뚤어지고 있다.


   남들은 출판사에 원고 투고 몇 시간 만에 답장이 왔다던가, 두어 군데 넣어보고 바로 사인을 했다던가 하는 무용담 같은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심지어 투고도 하지 않았는데 출간 제안 메일을 받았다는 글도 접하게 된다. 

편집자의 완곡한 거절의 문장이었을 뿐이므로 앞부분인 '작가님은 문장을 잘 쓰시지만'이라는 부분 역시 인사일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의 몰개성에 대한 한탄뿐 아니라 재능 없음에 대한 자신감 수직강하의 효과도 함께 따라왔다. 딱히 내가 그동안 내 문장에 자신이 있었다거나, 개성이 넘치는 글을 쓰고 있다는 자기만족을 갖고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남들에겐 참 쉬운 일이 내게는 어렵구나, 했다. 생각해보면 그건 남들에겐 있는 재능과 개성이 내게는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개성이라는 것이 글 자체의 개성일 수도, 출판이 되어 팔릴만한가라는 개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이든 개성이라는 것은 결국 나의 것이니  같은 것이다. 핑계를 대기는 어렵겠다.

 

   자기 비하의 몇 시간을 보내며 생각한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어떤 것이 쉬워지기 까지가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그러니 남들은 쉽게 이루었구나, 라는 생각을 접기로 했다. 여러 번의 투고와 대부분은 감감무소식이며, 극히 일부만 돌아오는 거절 메일을 다시 생각한다. 

몰개성의 나는 생각했다. ' 에잇! 오늘은 집어치우고, 생각하지 말자.'

그리고 몰개성의 나는 몇 시간 후 이 글을 쓰고 있다. 집어치우지도 못했고, 생각에서 떨쳐내 버리지도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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