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했다!
언젠가부터 쿠팡의 노예로 살던 나였는데, 쿠팡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는 나였는데 말이다.
처음 쿠팡이라는 신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그 편리함에 환호했다. 탈팡을 한 지금도 그건 굉장한 편리함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실 특별히 시사 정치적인 관점에서 탈팡한건 아니다. 나의 개인정보가 이미 공공재가 된 지는 오래다. 통신사, 신용카드사에서도 이미 몇 번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니 쿠팡이라고 해서 유독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은 모두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닌 것처럼 이번 쿠팡 사태 역시 그랬다. 적어도 ‘그런 듯 보이는’ 정도의 자세도 아닌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쿠팡이 꼭 있어야 할까?’
정확히는 ‘월 7,890원의 쿠팡 와우 멤버십이 꼭 있어야 할까? “이긴 했다.
사실 쿠팡 없이 살던 시절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도 아니고 이미 다른 온라인 쇼핑몰도 널려있으며, 집 근처에 마트도 많다. 쿠팡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물론 ’속도‘이지만, 돌아보니 꼭 그’ 속도‘가 필요했던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하루 더 기다린다고 해서, 주말에 배송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는 것 아니다.
그렇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쿠팡 사태 이후 예행연습 삼아 그간 자주 이용하던 와우 멤버십 회원 대상의 로켓 후레쉬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할 만했다. 다른 온라인 몰에선 하루 이틀이 더 걸렸으나 큰 불편이 없었을 뿐 아니라 급한 건 집 앞의 마트에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었다.
그렇다면 ’로켓 배송‘은 어떨까.
와우 멤버십 회원은 값과 관계없이 로켓 배송이 되었지만, 그 멤버십을 해지하면 최소 금액이 19.800원이라는 조건이 붙는다고 했다. 이건 양날의 검일 수도 있다. 억지로 최소 금액을 맞추거나, 그 반대이거나.
내 주위에는 쿠팡은 고사하고 온라인 쇼핑몰 자체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물론 나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많은 부분 소비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탈팡을 했다고 해서 크게 가계 소비가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내가 소비하는 대부분은 생필품 위주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쿠팡 사태와 나의 탈팡을 겪으며 생각해 본다. 어떤 것이 익숙해지고 나면 그 익숙한 것에 점점 의존하게 된다. 익숙함과 의존하는 것은 같지 않다는 것을 이제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한때는 거의 모든 소비를 쿠팡 한 곳에 의존했지만 이제 ’없어도 괜찮군‘이라는 것을 경험해 버렸다.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고, 언젠가부터 쿠팡 대신 다른 온라인 쇼핑몰이나 직접 마트에 가서 물건을 구입하곤 한다.
평소라면 어쩌다 갈 뿐인 동네의 마트에서 그날 당장 필요한 물건을 사가지고 나오면 문득 쿠팡을 생각했다. 어쩌면 이건 우리 사회에서도, 사람 사이의 일에서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더 이상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 사람, 존재는…. 없는 것이란 깨달음이었다.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아도 사람은 산다.
이것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지만 결국 그 무엇인가로 대체된다.
쿠팡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면서,
생각과는 달리 탈팡을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자신을 보면서
어쩌면 이것이 바로 우리가 끊임없이 걸어야 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