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아주 산뜻한 생각

아주 가볍고 짧게

by 그유정

올해부터 자꾸만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주변 가족과 친구들은 내가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고 하면 우선 놀라고 심각해진다. 그럼 나는 아, 그런 거 아니라고 일단 들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최근의 내 생각을 말해준다. 그럼 다들 안심하고 격려해 준다.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죽음은 무시무시하고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사람은 누구나 끝이 있다고 생각해야 지금 이 순간을 잘 살 수 있다. 잘 산다는 것이 내 기준으로는 대단한 일을 해내고 큰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가족과 가까운 지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꾸준히 하루를 기억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죽음을 산뜻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어야 할 것이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는 지표 정도로 짧게 생각해 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이 귀엽고 산뜻한 ‘죽음‘도, 그래도 하나만은 이뤄냈으면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주는 것‘이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변형될 수 있으니 나는 기록하는 것이 꼭 필요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마구 쓰다듬고 뽀뽀를 했던 그 순간을 기록한다. 왕년에 한 미인 하셨던 친정 엄마가 친척의 결혼식에 잘 차려입고 오셔서 여전히 고우심에 오는 안도감을 기록해 본다.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에서 오늘의 초콜릿을 뽑아 먹고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히히- 웃는 아이들의 얼굴을 기록한다. 맥주러버인 나를 위해 맥주가 냉장고에서 떨어질 때쯤 무심하게 사 오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남편의 사랑스러움도 기록한다.


남겨진 내가 사랑한 사람들이, 나의 이러한 기록들을 보고 하하- 웃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가족과, 친구를 사랑했고 주변을 기억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너무 양이 방대하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그러한 기억들로 말이다. 자주 꺼내 읽고 기억해 주려면 아마도 그래야 할 것이다.


‘이 글도 너무 무거우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나는 글쓰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