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w up
철이 든다는 것.
오랜만에 해가 반짝이는 가을날씨가 왔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의 제안으로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페트라콜린스의 fangirl 전시를 보러 갔다. 공짜 전시기에 규모가 작을 줄 알았지만 전시는 2층, 3층을 넘어 4층까지 정성스럽게 이루어져 있었다.
옅은 분홍색과 아이보리, 그리고 연보랏빛이 섞인 전시벽 사이사이로 필름카메라와 폴라로이드로 찍은 그녀의 사진과 영상들이 귀엽게 큰 규칙 없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품들은 주로 페트라콜린스의 10대 시절을 반영한 연출된 사진들이었다. 작품에는 어리숙한 화장실력, 터무니없이 높은 구두 또는 레이스 위에 보란 듯이 컨버스화를 신은 모습을 담은 소녀들이 담겨있었다.
사진 속 소녀들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낄 정도로 활짝 웃고 있거나 한참 울고 난 뒤의 외로운 눈빛을 담고 있었는데 꼭 나를 정면으로 꿰뚫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들은 ‘넌 어땠니? 너의 10대 시절도 비슷하지 않았니?’라고 나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넌 뭐가 그리 힘들어서 그러고 있니? 난 뭐가 힘들었기에 너처럼 그랬을까?’ 나도 사진 속 소녀들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30대 중반의 나로선 작품 속 17살 소녀들은 마냥 예쁘다. 번진 마스카라도 예쁘고 혼자 서있기 힘들어 친구와 손을 꼭 잡고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도 눈물겹게 대견하다.
하지만 소녀들은 모를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대견하며 그렇게 있어도 괜찮다는 것을.
지킬 것이 많아져 철이 들어야 하는 30대가 된 나는 더 이상 소녀들처럼 울다가 웃다가 뛰다가 넘어져 다시 활짝 웃으면 안 될 것이다. 거울 속 나를 들여다보며 몇 시간씩 생각에 빠지다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에라 모르겠다며 낮잠을 자버려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철이 들어야 한다는 무게감이 없었던 그 시절의 나에게는 그렇게 했어도 괜찮았었다는 위로를 해주고 싶다. 그렇게 살았었기에 슬픔도 기쁨도 즐거움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30대가 될 수 있었다는 희망도 주고 싶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10대의 나와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여전히 눈이 감길 정도로 활짝 웃고 싶고 마냥 걷다가 낙엽 위에서 낮잠도 자고 싶다.
소녀시절을 견뎌냈고 또 즐겼기에 지금의 철이 든 척하는 30대의 나도 잘 견뎌내 주길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더 나이 들어가도 소녀들의 무모한 순수함과 맑음을 지켜낼 수 있길 욕심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