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릿눈 우산

갑자기 쓰는 시 2

by 그유정

처음 세상은 이곳이 아니었어


비 같은 눈아래도 버터보고

눈 같은 비아래도 버텨보았지


그녀의 세상은 나로도 충분했고

그의 세상은 나조차도 부족했다


언제나 소중했으면 좋으련만

접힌 마음에 이내 지워지는구나


버티다 보니 생긴 얼룩들

충분했기에 다가온 손길들


그 어떤 세상도 어렵지 않지

눈 같은 비아래도 비 같은 눈아래도


그저 얼룩만을 닦아주길

손길만은 따뜻하길


처음 세상은 이곳이 아니었지

그 어떤 세상도 나에겐 충분하지




아이들과 추위에 급하게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다 문 옆에 누워있는 우산들을 발견했어요. 어제 비 같기도 한, 눈 같기도 한 싸릿눈을 피하기 위해 썼던 우산들이었어요.

정말 정말 소중했던 우산들인데 하루가 지나 쨍한 날이 되니 닦아주지도 않고 그저 바닥에 무심히 둔 것이 미안해졌어요.

나의 세상을 품어주었던 우산인데 그렇게 두면 안될 것 같았어요. 잘 닦아주고 넣어두려고요. 우산들은 언제나 내 세상을 버텨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