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의 깊고 넓은 세계

딸아 이 동화책 살 거지?

by 그유정

첫째 아이의 방학이 시작됐다. 방학 기간은 삼 주. 유치원생으로서의 마지막 방학이다.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 아이는 크게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엄마만 마음이 아쉽고 섭섭하다.


방학 동안 아이의 버킷 리스트는 1. 수영장 가기, 2. 편의점에서 라면 먹기, 3. 서점 가기다. 소소하고 귀여운 아이의 소망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나까지 방학이 기대가 된다. 드디어 방학 첫날이 되었고 나와 아이는 세 번째 소망인 서점가기를 실행했다.


슬프게도 아이와 서점에 가면 엄마는 어른 서적 코너에는 도통 갈 수가 없다. 대게 아이들이 그렇듯이 아이는 어린이 코너에 머물러 있고 신중하게 책을 고른다. 그리고 엄마가 바로 옆 코너에 눈길이라도 주면 “엄마, 어디가? 옆에 있어줘요.” 뒤에도 눈이 있는지 바로 알아낸다.


‘아휴 이왕 이렇게 된 거 진심으로 신중하게 같이 책을 골라주자.‘ 나는 조심스럽게 동화책들을 같이 읽어 보며 골라본다. 한 권, 두 권 천천히 읽으며 그림도 같이 본다. 아이들 책은 훨씬 직관적이고 문장도 읽기 쉽다. 같이 삽화되어 있는 그림들도 어찌나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감동이 빠르게 마음에 와닿는다.


어린이 서적 코너에 온 지 벌써 20분, 어느 한 동화책을 읽고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고 코를 훌쩍였다. 잔잔한 감동과 교훈에 마지막에 반전까지 있는 동화책이었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도, 남편도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슬쩍 아이에게 책을 추천해 본다.


“첫 째야, 이 책 어때? 한 번 읽어볼래? “ 아이는 읽다만 책을 잠시 두고 엄마가 추천한 책을 집중해서 읽어 준다. 아이도 내가 느끼는 것만큼의 감동이 있을까, 자꾸만 표정을 살피게 된다.


“좋아. 재밌고 감동적이야.” 아이의 깔끔하고 확실한 평에 나도 모르게 활짝 웃었다.


아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이의 동화책 한 권, 나의 동화책 한 권, 이렇게 두 권이 가방에 들어있었다. 첫째 아이가 없었다면 어른의 책만큼 깊고 넓은 동화책의 세계를 몰랐을 것이다. 나아가 어른의 세계만큼 깊고 넓은 아이들의 세계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옆에서 동화책을 읽고 있는 아이를 보며 속으로 고백한다.


‘첫째야 너희들의 세계를 알려줘서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