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세 번 울리는 케데헌

눈물도 세 번 똑똑똑

by 그유정

며칠 전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에버랜드에 놀러 갔다. 에버랜드는 정말 입구부터 알록달록 예쁘다. 환상의 동화 나라 에버랜드에 어울릴 만한 노래도 틀어준다. 아이들 핑계를 들어 남편에게 분기마다 에버랜드에 놀러 가자고 졸랐던 나는 도착하자마자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났다.


한 겨울의 에버랜드는 춥지만 따뜻하다. 하얀 입김이 솔솔 나온다. 하지만 화려한 퍼레이드의 빛들은, 추운 입김도 서커스의 예인들이 뿜는 불꽃으로 만들어주었다.


한참 뱅글뱅글 돌아가는 놀이기구들을 타고 귀여운 동물들을 보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식당 쪽으로 내려와 우리 네 가족이 먹을 적당한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식당을 찾기도 전, 양지바른 한가운데 떡하니 보랏빛과 분홍빛의 네온사인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 형형색색 화려한 빛들의 주인공은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였다.


”와, 케데헌이다! 팝업 스토어구나. 옆에는 케데헌 식당도 있네. “ 아이들보다 신난 나는 혼자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케데헌 속 주인공인 루미, 미라, 조이를 찾기 바빴다. 사자보이즈가 그려진 팝콘 캔 케이스도 사실 너무 갖고 싶었다.


우리는 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케데헌 분식집에 들어가 케데헌 세트를 시키고 포스터도 받았다. 맛은 딱 우리가 아는 그 떡볶이와 어묵의 맛이었다. 하지만 왠지 음식에 보라색 마법가루를 그 위에 뿌려놓았을 것 같은 비밀스러운 환상에 젖고 말았다. 마치 루미, 미라, 조이도 이곳에 와서 배부르게 먹고 혼문을 단단히 지어놓고 갔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피식 즐거운 웃음이 난다.


귀여운 아이들과 혼문의 빛이 보호해주는 케데헌 식당


눈물을 흘리며 케데헌을 세 번이나 본 나는 놀이동산 속 케데헌 마을이 참 마음에 들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케데헌 ost를 들으며 벽마다 붙어있는 사자보이즈들을 보는 재미도 상당했다. 아직 낮잠이 필요한 둘째는 결국 케데헌 식당에서 불편하게 잠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너무 신이 났는 걸..‘ 아이에게 괜히 조금 미안해진다.


사람 마음이 참 재밌다. 나이가 들면서 변형되고 바뀐다. 원래 나는 주제가 상당히 무겁고 오랫동안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들을 좋아했다. 알듯 말 듯 하면서 그 영화가 주는 비판적 메시지를 속 시원하게 찾지 못해 머리를 잡고 계속 생각에 잠기게 하는 그런 영화들 말이다.


물론 그런 영화들을 여전히 좋아하고 동경한다. 하지만 어느샌가 좀 더 직관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들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쁜 사람은 꼭 벌을 받고 선한 사람은 결국 승리하는 감동과 희망의 스토리를 담은 영화들이 참 매력적이다.


선한 사람이 위기에 빠졌을 때 주인공과 같이 마음 졸이고, 결국 모든 일이 잘 되었을 때 같이 눈물을 흘린다. 착한 주인공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같이 울그락불그락 화가 나고 만다. 그리고 주인공의 주변인들이 오해를 풀고 주인공을 폭 안아주었을 때 나도 같이 마음이 따뜻해진다.


쉽게 감동받고 복잡하지 않게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케데헌 영화를 볼 때마다 똑똑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좋다. 알록달록 퍼레이드를 보면서 아이들과 함께 퍼레이드 속 요정들에게 손을 힘껏 흔들어 주는 철없는 어른도 괜찮다.


아이와 같은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은 나에게는 오히려 큰 성장이다. 말랑말랑한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루미, 조이, 미라처럼 기쁠 때 같이 웃고 힘들 때 서로 손을 잡는다면 크게 복잡한 일은 없다. 쉽게 웃고 선뜻 안아줄 수 있다면 세상은 한층 더 성숙해져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도 정말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