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상은 보이지 않아요
연말을 맞이하여 남편, 아이들과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러 갔다. 날이 그리 춥지 않아 가벼운 옷차림과 들뜬 마음로 출발했다. 뮤지컬 제목은 바로 ‘매직 판타지아‘. 연말에 딱 맞는 따뜻하고 화려한 제목이다.
뮤지컬은 오리지널 오즈의 마법사를 각색했다. 못된 서쪽 마녀 ‘쉐도우’의 계략으로 도로시와 그녀의 친구들의 세상 ‘오즈‘는 위기에 빠지지만 결국 지혜, 사랑, 용기로 되찾았다.
아주 나쁜 마녀 ‘쉐도우’였고 귀여운 꼬마 관객들은 나빠요! 안 돼요! 를 외치며 도로시와 그녀의 친구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나는 그 나쁜 마녀 ‘쉐도우‘가 관객들을 보며 하는 혼잣말이 가슴에 꽂혔다.
“사람들은 지금 이룬 꿈들은 보지 못하고 무지개 너머 보이지도 않는 새로운 세상을 항상 꿈꾸는구나. 안타까운 자들이여. “
세상 ‘오즈’에서 매너리즘과 번아웃에 빠진 도로시 친구를 꾀어내어 유인할 때 한 대사였다.
‘아니, 저 못된 쉐도우 너무 통찰력 있잖아?’
난 용기의 사자, 지혜의 허수아비, 사랑의 양철로봇, 씩씩한 도로시보다, 못됐지만 세상의 이치를 알아버린 쉐도우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진짜 그렇다. 나도 지금까지 이뤄낸 것들과 버티고 있는 것들을 시간에 지나면 별것이 아닌 것으로 곧 생각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많은 노력을 하고 주변의 도움과 응원을 받고 존재하는 지금의 나인데, 더 나아가지 못하고 더 이뤄내지 못해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끝없는 도전과 발전은 살아가는데 활력이 되고 큰 의미가 된다. 그래서 죽기 전에 나의 좋았던 점들, 나의 흔적들을 남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길 정말로 바란다.
하지만 방향이 살짝 틀어지면 쉐도우의 말처럼 ‘과거의 좋았던 나와 현재 잘 살고 있는 나‘를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잘 생각해 보면 과거의 나, 방황도 했지만 열심히 살았다. 현재의 나도 건강하고 밝은 것을 보면 참 괜찮은 지금이다.
무지개 너머의 보이지 않는 세상에 미리 환상에 빠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과거와 지금의 내가 만드는 것이
바로 미래고, 그 미래가 알 수 없는 무지개 너머 세상보다 훨씬 더 멋질 것이다.
전체 관람가의 그 뮤지컬 배우들은 노래도 춤도 어찌나 잘 해내는지. 감동도 깨달음도 안겨주는 뮤지컬 ‘매직 판타지아’는 나에게 올해 잊지 못할 멋진 공연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