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을 보았다

갑자기 쓰는 시 4

by 그유정

꽝꽝 언 호수 위

미끄러지는 그들의 발들


새하얀 오리의 샛노란 발

차가운 얼음판 걷지도 못한다


꽝꽝 얼지 않았다면

이 큰 호수 다 그들의 차지인데


뾰족한 얼음

샛노란 발에 생채기 낸다


자연의 섭리가 그러하다

곧 딱지가 지고

딱딱한 새 살 돋을 테지


자언의 섭리가 그러하다

함부로 내가 해줄 건 없지

딱딱한 새 살 돋을 테다


발 길 한참 멈추고

두 눈 한참 바라본다


섭리가 그러한데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두 눈은 부드러운 풀 숲을 찾는다

발 길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샛노란 발 위 생채기

풀 숲에 닿았을까


섭리가 그러한데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가족들과 큰 호수가 있는 곳에 놀러 갔어요. 호수는 꽁꽁 얼어있었고 오리들은 그 위에서 힘겹게 머물고 있었어요.

너무 추웠는지 오리들은 그렇게 좋아하는 수영도 하지 않았죠. 호숫가에 옹기종기 모여 얼음이 녹길 기다리고만 있는 것 같았어요.

한참 오리를 구경하던 중, 노란 발 위에 생채기가 난 오리를 발견했어요. 피가 조금 묻어있었고 상처는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보였어요.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추운 겨울을 지나 오리의 발에는 딱지가 앉고 딱딱한 새 살이 훈장처럼 생길 거예요.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다치고 회복하는 과정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추운 겨울 오리의 회복이 왠지 더딜 것만 같았어요.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 어렵사리 돌렸지만 계속 기억에 남아있어요.

오리가 부드러운 풀숲에 앉아 빨리 회복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