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인생

2026년 예고편 재밌어요

by 그유정

이른 오전 둘째 아이를 등원시키고 첫째 아이와 나는 광화문 광장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교보문고에 책구경을 가기 위해서였다.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광장이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아이와 나는 광장 가운데의 지하통로를 이용해 서점에 가기 위해 열심히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ㅇㅇ뉴스 기자입니다. 잠시 새해 인터뷰 좀 할 수 있을까요?”


순간 도를 아십니까로 오해하려던 찰나, 그가 내민 명함과 함께 그 옆의 카메라, 그리고 pd들이 보였다.


부끄러움이 많은 터라 그냥 지나칠까 했지만 왠지 아이에게 추억도 되고 재밌을 것 같았다.


“멋진 말은 잘 못하는데 괜찮을까요?”


“전혀 상관없습니다. 멋진 말은 중요하지 않아요. “ 예민하고 예리하게 생긴 카메라 pd는 솔직하지만 진심으로 내게 대답해 주었다.


아이와 구도(?)를 잡고 미리 질문지를 확인한 다음 바로 인터뷰는 들어갔다.


”올 한 해 어떤 일들이 있으셨고 내년은 어떤 일들이 있으면 좋을까요? “ 질문은 장황했지만 아마도 이 한 문장에 대한 답을 하면 될 것 같았다.


“올 한 해 모두 힘들었지만 잘 이겨냈고, 내년에는 더욱더 건강하고 희망찬 날들이 많길 바랍니다. 우리 가족 사랑해요!” 나의 대답도 장황했지만 아마도 이 정도의 의미가 담겨있었던 것 같다.


“영상은 오늘 저녁에 올라갈 겁니다. 감사합니다. “ 기자와 pd는 내게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통편집될 것 같아.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을 보니.’

‘아니지, 인터뷰 내내 웃어주셨고 덕담도 해주셨는데 통편집은 아닐 것 같은데?‘ 아수라 백작이 따로 없다.


이윽고 저녁, 나는 해당 뉴스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영상이 업로드 되었는지 슬쩍 확인해 보았다.


와-많은 편집이 들어갔지만 그래도 나와 아이의 인터뷰가 뉴스에 잘 녹아져 들어가 있었다.


나보다 더 신난 남편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나와 첫째가 나온 뉴스를 공유하고 캡처도 했다.


나도 기세를 몰아 일어나 동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노래를 율동과 함께 신나게 불렀다. 질세라 같이 열심히 춤춰주는 남편이 너무 재밌다.


2025년 참 다사다난했다. 마음고생도 꽤 많이 했었다. 그래도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의 김호연 작가는, 착하게 사는 척하면 진짜 착해진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진짜 착해지기 위해 노력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을 향한 반성과 사과의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11월부터 갑자기 인생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도 써보고 있다. 나에겐 지드래곤과 같은 최애 유튜버도 만나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이렇게 텔레비전 출연까지!


한 사람이 귀여워 보이면 답도 없다는 말이 있다. 귀여우면 여러 갈등과 싸움이 있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삶도 그러하다. 인생이 재밌어지면 유명하지 않아도, 돈이 엄청 많지 않아도 매일매일이 기대가 될 것이다.


2026년도 재밌는 한 해가 되길. 11월, 12월에 2026년의 즐거운 예고편을 본 기분이다.


“우리 가족 사랑해요! “ 첫째 아이가 한 인터뷰처럼 모두 사랑으로 가득한 내년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귀여우면 답도 없는 것처럼, 재미로 가득해 모두가 하하 호호 웃을 수 있는 새해가 되길 추가로 진심으로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