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싸움 1위

얘기하는 그림 2

by 그유정


저는요, 머리카락이 정말 풍성하고 두꺼운 사람이었어요. 초등학교 땐 머리카락을 뽑아 친구의 머리카락과 머리카락 싸움을 하면 무조건 반에서 1등으로 이기곤 했어요.


미용실에 갔을 때도 이렇게 머리카락이 많고 두꺼운 사람은 처음(?) 본다며 미용사님들은 컷팅에 한참 공을 들여주셨죠. 풍성하고 두꺼운 머리카락은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면서요.


그런데 첫째 아이를 낳고는 머리카락이 우수수 빠지더니 거의 반토막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가족들은, 친구들은, 미용사님들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거라면서 지금도 적지 않다고 제게 위로인지, 조언인지, 사실 전달인지 모를 말들을 계속해주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전 알았어요. 여전히 제 머리카락은 풍성하고 두껍다고 해주었지만 가족, 친구, 미용사님의 눈빛은 예전과는 달랐어요. 예전엔 놀람과 신기함의 눈빛이었다면 지금은 애틋함과 안쓰러움이 섞인 눈빛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항상 “하하-그래? 돌아오겠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라고 대답해 줍니다. 그들의 따뜻한 관심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10년 전 사진들을 보면 ‘헤-? 이렇게 머리숱이 많았다고?‘ 하며 놀라곤 하지만요.


머리숱은 줄어들어 버렸지만, 그럼으로써 얻게 된 소중한 사람들이 많아서 마음은 풍성합니다. 그리고 진짜로 다시 풍성해질지도 몰라요. 비오틴도 먹고 있거든요. 비오틴의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풍성해질 날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