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쓰는 시 7
23년 전 광화문광장에서
12살 여자 아이 두리번거린다
책 좋아하던 12살 여자아이
엄마가 주신 책값 꼭 쥐고
광화문 교보문고의 무거운 유리문
꾸욱-하고 밀고 들어가 본다
익숙한 향기로운 종이책 냄새
12살 여자아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폭신한 회색 카펫 바닥 벽 끝 구석에서
빳빳한 종이 책 찢어질세라
살금살금 넘겨보던 어린이 동화책
결국 못 참고 집으로 데려갔지
23년 후 광화문 광장에서
7살 여자아이, 35살 여자어른
서로 손 꼭 잡고 두리번거린다
광화문 교보문고의 무거운 유리문
같이 손 꼭 잡고 꾸욱- 밀어 본다
이제는 향기로운 종이책 향수 냄새
아이와 어른의 코끝을 간지럽힌다
서로의 책 코너 번갈아 왔다 갔다 하며
빳빳한 종이책 찢어질세라
서로서로 살금살금 넘겨준다
7살 아이 못 참고 동화책 집으로 데려가지
35살 어른 못 참고 소설책 집으로 데려간다
23년 전 5학년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방학이 되면 혼자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 교보문고에 거의 매일 놀러 갔었어요.
책을 엄청 좋아했기에 교보문고 안에서 점심도 사 먹어가며 책을 읽었어요. (예전엔 교보문고 안에 푸드코트가 있었답니다!)
그리고는 가기 전에 꼭 책 한 권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어요. 사실 대단한 책들을 읽었던 것은 아니고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보면 만화책, 어린이 동화책 정도였던 것 같아요.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는 어스름한 초저녁시간 가방에 새로 산 책 한 권 넣고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러면 어렴풋이 오늘 하루 뿌듯하다. 잘 지냈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23년 후 지금은 이곳에 터를 잡고 아이와 함께 광화문 교보문고를 옵니다. 아이도 만화책도 좋으니 책을 가까이했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책들 구겨질세라 우리는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기며 서로의 책들을 구경해요.
결국 못 참고 아이와 저의 책 2권, 이렇게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