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그르르 도는 의자

갑자기 쓰는 시 18

by 그유정

오늘도 역시 나와있다

동글 분홍 내 딸 의자


오늘은 꼭 넣고 나와

엄마와 약속하자 하였지만


오늘도 역시 나와있다

동글 분홍 내 딸 의자


상냥히도 말해보고

으름장도 놓았지만


의자에 앉아 뱅그르르 돌고 나선

돌던 그 모습 그대로

역시나 나와있다


한번 더 상냥히 말해볼까

한번 더 으름장을 놓아볼까


잔소리 시작- 하려다

오늘은 그냥 내가 넣어준다


28년 전, 7살 그 시절

뱅그르르 돌기 좋아하던 그 꼬마 아이


의자 넣는 것보단

뱅그르르 돌기 좋아하던 그 꼬마 아이


이렇게 잘 넣는데

다 커선 이렇게 잘하는데


7살 그 꼬마 딸

때가 되면 잘 넣겠지


그 시절 생각하며

딸 몰래 뱅그르르 돌아본다


급할 것도 없지

뱅그르르 돌아본다



분홍색을 사랑하는 딸아이의 의자는 역시 분홍입니다. 뱅글뱅글 돌 수 있는 바퀴가 달린 의자예요. 그곳에 앉아 아이는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뱅그르르 돌기 놀이도 한답니다.

의자를 살 때 엄마인 저와 한 약속이 있었어요. 책상에서 일어나 나올 때는 의자를 꼭 넣고 나오기로요. 하지만 뱅글뱅글 놀면서 미끄러져 나간 의자는 항상 나간 그 자리에 있었답니다.

의자를 꼭 넣고 나오라고 잔소리도 해보고 상냥하게 말하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네! 라는 야무진 대답이 무색하게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답니다.

의자를 밀어 넣고 나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정말 생각을 오래 해보았는데요. 생각 끝에 아마 아이는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어요.

시간을 거슬러 7살 때의 저를 생각해 보면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고 나온 적이 별로(?) 없었어요.

엄마가 치킨을 시켰다고 부르시면 얼른 나가야 했기 때문에 의자를 밀어 넣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동생이 “누나 이거 와서 빨리 봐봐! “ 다급히 부르면 세상에서 제일 빨리 뛰쳐나가기 위해 의자를 뒤로 튕기듯이 밀고는 달려 나갔죠.

‘다 그런 것인데. 저 나이 아이들은 다 그런 것인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어른이 된 저는 이제 의자를 아주 잘 넣고 다니거든요.

너무 힘주지 않고 가르쳐주려고 합니다. 언젠가 아이가 의자를 넣고 나올 그날을 기다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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