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를 계속하는 것

지금은 좀 그런 상태

by 그유정

나는 특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일상이 좀 흔들렸을 때 무언가 한 가지 행동을 직성이 풀릴 때까지 계속한다는 것이다.


특정 사건으로 일상이 많이 흔들렸을 때는 무슨 행동을 할 엄두도 못 낸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시간의 힘을 믿고 숨죽여 기다린다.


하지만 적당히 흔들렸을 때는, 떼로 비행연습을 하느라 하늘을 반복적으로 뱅뱅 도는 비둘기들처럼 한 가지를 계속한다. 예를 들어, 지금 떠오르는 그 한 가지는 바로 ‘책의 어떤 부분을 계속 읽기’와 ’한 가지 간식을 계속 먹기’다.


책의 어떤 부분을 계속 읽는 것은 아마 그 구절이 우연히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정말 외워버릴 정도로 계속 읽는데 아이들 등원 보내고 또 읽고 갑자기 집안일하다 꺼내 읽는다. 한밤중에 떠올라 읽어보기도 하고, 거실에 아이들이 놀고 있을 때 몰래 읽기도 한다.


계속 같은 간식을 먹는 행동도 흥미롭다. 나는 쌀과자를 좋아하다. 막내 손바닥만 한 과자 봉지에는 쌀과자 두 조각이 들어있다. 나는 그것을 아침 먹고도 꺼내먹고 청소하다가도 갑자기 가서 먹는다. 저녁 준비를 하다가도 봉지를 북- 찢어 아이들 눈을 피해 입에 쏙 넣는다. 밤에 맥주 한잔 하면서도 안주는 또 쌀과자다.


책의 그 우연한 구절을 읽을 때만이라도 흔들거리는 내 상황을 잠시 붙잡는다. 자그마한 봉지 안의 쌀과자 두 조각이 다 사라질 때까지는 나는 흔들거리지 않는다.


예전엔 이런 내가 이상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걱정도 됐다. 나는 다 큰 어른인데 이런 상황과 기분을 컨트롤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렇게 해서라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금은 입학하여 등교한 지 일주일이 조금 더 된 첫째 아이가 마음이 쓰여 김창완 아저씨의 에세이집을 계속 읽고 있다. 점심은 계속 샌드위치다. 금방 꺼진 배 덕분에 간식을 또 먹어야 하는 장점(?)도 있다. 아-그러고 보니 지금 어떤 노래 한곡을 일주일 전부터 계속 듣고 있다.


작은 흔들림은 시간이 흐르면 잡힐 것이다. 이 흔들림은 사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김창완 아저씨 책을 읽고 싶은 대로 읽고 똑같은 샌드위치도 계속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