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46세 신입, 장그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003

앞을 알수 없는 어둡기만 한 시간들이 지나고,

드디어! 입사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예! 되기만 하면 정말 열심히 할게요! 제발요!”

전화기 너머 보이지도 않을 그 누군가에게,

나는 무릎이라도 꿇을 기세였다.

그동안 얼마나 빌고 또 빌었는지,

손바닥에 남아있던 희미한 주름마저 다 펴져 사라진 것 같다.

긴 터널의 끝에서 드디어 빛을 본 듯,

심장이 터져나갈 듯한 기쁨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렇게 나는 이제 출근 3일 차.

출근길 버스에서 내려 회사 건물을 바라본다.

테라스와 주차장이 있는,

겉보기엔 아담하지만 매력적인 건물.

"여기가 진짜 내 회사야?" 라는 질문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동시에 찾아오는 싸늘한 현실감.

"근데, 나 바로 짐 싸는 건 아니겠지?"


사무실 안은 총이 없는 전쟁터다.

모니터에 집중한 눈빛,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키보드 소리,

회의실에 오가는 전문적인 용어들까지,

그들은 어벤져스의 베터랑 히어로처럼 보이는데,

나는 이곳에서 길을 잃고,

멍하니 서있는 어린아이같다.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 신입사원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마음은 그들과 같은 신입사원인데,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대표인가? 오해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나이다.


동료들은 대부분 나보다 훨씬 어리다.

“이거 같이 하실래요?”

“여기 이렇게 하면 돼요.”

웃으며 알려주는 친절함에 감사함을 느끼지만,

속으로는 괜히 작아진다.

‘왜 이렇게 늦게 이해하지?

내가 나이가 많아서 불편한건 아닐까?'

그럴 때 나는 환하게 웃으며,

“아, 고마워요!”라며

최대한 가벼운 말투로 무거운 마음을 눌러본다.

친구들과 지인들에게는 호기롭게 말했다.

“걱정 마, 나 잘할 거야. 나중에 나 못나가게 꼭 붙잡을걸?”

자신감 넘치는 허세를 부리지만,

퇴근길 버스 창문에 비친 나의 모습은,

한없이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40대의 초라한 모습 그 자체다.

"혹시 내가 이대로 낙오자가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또다시 밀려가는 밤의 연속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곤 한다.

“나는 배울 수 있어. 늦었지만, 충분히 할 수 있어.”

46세라는 늦은 나이의 신입직원이지만,

내게는 이루고 싶은 타이틀이 있다.

바로 '끝내 인정받는 직원'


언젠가 이 글들이 차곡차곡 모여 한 권의 책이 된다면,

그건 내가 그 긴 시간을 잘 버텨냈다는 증거겠지.

내 인생의 새로운 장을 기록한

그 책의 제목은 아마 이렇지 않을까?

《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먼 훗날, 책표지를 만지작거리며

“봐, 내가 결국 해냈잖아!” 하고

환하게 웃는 나를 상상해본며,

마음속에 이 말을 새겨본다.

"말하는대로 반드시 이루어진다."


이전 02화경력직 알바에서 신입사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