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속 작은 등대 빛!

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005

그날은 예정되어 있던 제안서 제출일이었다.

하지만 준비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디어도, 기초 작업도, 초안도.

0에서 시작해야 했다.


그럼에도 목표는 분명했다.

“오늘 안에 제출하자.”

제안서가 익숙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디자인을 하는 것도 서툰 나에겐

너무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해내야만 했다.


다행히 이번 주제는 여행이었다.

내가 조금은 아는 세계.

다른 작업에선 1%도 기여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비록 작은 부분이었지만,

내겐 1000%의 뿌듯함이었다.

휴가를 떠난 선배들 빈자리를 메우며

일정을 정리하고 자료를 모았다.

내가 찾아낸 내용이 실제로 반영되던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처음으로 맡은 6페이지 작업.

낯선 인디자인이었지만

며칠 밤 독학했던 흔적이 빛을 발했다.

완벽하진 않았어도 괜찮았다.

내 작업이 제안서 속에 살아 있었다.


날이 밝고, 제출이 끝난 뒤에야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었다.

밤을 새웠지만, 피곤함보다 뿌듯함이 앞섰다.


그러나 기쁨은 길지 않았다.

며칠 뒤 열린 회의에서

나는 다시 3페이지를 맡았다.

이번엔 모르는 분야였다.

샘플도, 참고자료도 없었다.

그래도 한번 해봤으니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어설프게 그려낸 결과는

파트장님의 한숨 속에 묻혔다.

직접 들은 말은 아니었지만,

“이게 뭐야…”라는 혼잣말이

내 마음을 깊은 땅속으로 끌고 내려갔다.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도대체 뭘 해야 달라질 수 있을까?”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살아남아야 했다.


그래서 나만의 답을 찾기 시작했다.

독서 100권 도전하기!

관련 책 100권을 읽으면

전문가가 된다고 했던 내용이 기억난다.

벌써 세 권째 읽고 있다.

아직 감은 잡히지 않지만,

망망대해 중에 작은 등대 빛을 본 느낌이다.

사수정하기.

옆자리 주임님.

내가 들어온 날 정규직 전환 소식을 들었다.

부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사수로 모셔야겠다.

나이 많은 초보자를 가르치기엔

오히려 어린 사수님이 더 낫지 않을까?

감각 키우기

디자인은 보는 눈에서 시작된다.

일주일에 한 번, 미술관이나 박람회에 가보자.

물론 여전히 불안하다.

3개월 인턴 기간이 끝나면 퇴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이 모든 노력이 헛수고가 되는 건 아닐까?

망설여지고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아니다.

살아보니, 노력은 반드시 돌아온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자!

최선을 다해 생각하고, 배우고, 뛰어가자.

언젠가 이 시간을 돌아봤을 때,

“그때의 고민과 노력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구나.”

그렇게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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