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07
첫 제안서 PT 참관
“2주 사이에 제안서 세 건이요?
와… 이건 거의 폭탄이네.”
그랬다. 신입인 내가 맡은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뭐든 처음은 힘든 법이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앞으로 겨우 몇 미터 굴러가도
온몸에 땀이 나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보면 ‘저게 왜 힘들어?’ 싶을 수 있지만,
내겐 모든 신경과 세포를 다 태우는 일이었다.
나는 모든걸 불살랐다 말하고 싶지만…
사실은 거대한 코끼리 앞에 선 보이지 않는 개미 한 마리 같을뿐이겠지.
제안서를 내면 발표가 따라온다.
대부분의 경우 발표자는 파트장님이 하신다.
“신입이 발표를? 말도 안 돼.”
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참관은 해보고 싶었다.
언제간 나도 발표할날이 올테니까!
한창 우울해서 읽던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백 번의 삽질을 해야 비로소 보인다.”
와… 그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됐다.
“나만 이 모양이 아니구나.”
20대 신입이었다면, 삽질이 삽질로 보이지도 않았을 거다.
하지만 40대 신입은 다르다.
삽질 하나에도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괜찮다.
배우려면 멍청해보여도 신입의 마음이 되어야 하니까.
문제는… 나보다 어린 선배들 눈에도 그렇게 보일까?
그게 늘 고민이다.
다행히 세 건 모두 발표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웬걸?
같은 날 오전 1건, 오후 2건.
심지어 그중 하나는 내가 더 관심 있던 ‘여행 제안서’.
“아, 이건 꼭 보고 싶다!” 했는데… 내 이름은 참관 명단에도 없었다.
그러다 같은날이라 인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솔직히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고 싶었다.
‘나이 들어서 괜히 꼰대처럼 보일까?’
생각했지만, 미친척하며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저도 여행 관련 제안서 참관해보고 싶습니다!”
잠시 후, 답이 왔다.
“좋습니다. 같이 가시죠.”
오예. 진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그날 난 다짐했다.
‘앞으로는 망설이지 말고, 말해보자’
드디어 발표일.
평소와 다르게, 결혼식 하객 모드의 회사분위기다.
다들 한껏 차려입고 들떠 있는 듯 보이기까지 했다.
난? 그냥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은 덜덜.
차로 25분 거리.
30분은 일찍 나가야 조급해지지 않는 성향인데,
파트장님은 시간을 쪼개서 사신다.
‘아이고, 늦으면 어떡하지?’ 싶었지만,
다행히 시간 맞춰 도착.
앞 팀이 막 나갔고, 이제 우리 차례.
문이 열리는 순간, 느껴지는 차갑고도 엄숙한 공기.
“헉… 뭐야, 감사관실인가?”
살벌, 정적. 웃음기 제로.
‘안그래도, 무서운데~~’
난 그저 앉아 있었을 뿐인데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늘 에너지 넘치던 파트장님도 발표 전부터 긴장하셨다.
‘어라? 저분도 떠시네?’
그 순간, 이상하게도 위로가 됐다.
‘아, 잘하는 사람은 안 떠는 게 아니라,
떨면서도 하시는 거구나.’
20분 발표, 20분 질의응답.
숨 막히는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돌아오는 길, 나는 혼잣말을 했다.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서겠지? 시키면 하지 뭐.
떨면 떨지 뭐. 백 번 삽질하면 되지 뭐.”
겁은 나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오늘도 부족했지만, 내일은 또 새로운 희망을 품는다.
그리고 언젠가, 당당히 그 무대 한가운데에 설 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