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웃는 내가 기억되길 바란다.

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10

“야호!”

그 말이 튀어나온 순간, 사무실 안 공기가 잠시 멈춘 듯했다.

여섯 번째 제안서, 드디어 통과였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받았던 문장들이,

이번엔 처음으로 ‘잘했다’는 말 한마디로 덮였다.

그 짧은 문장이 내 안의 모든 불안을 잠재웠다.

다섯 번째 제안서가 탈락했을 때,

나는 커피 한 잔을 들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진짜 열심히 했는데, 왜 안 됐을까.’

팀원들도 다들 조용했다.

마치 우리 모두가 동시에 무언가를 잃은 기분이었다.

그때 사수님이 말했다.

“이 일은 운칠기삼이에요.

그래도 실력은 쌓여요. 그건 남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며칠 뒤, 새 제안서가 떨어졌다.

분량은 절반. 단 2페이지.

‘이번엔 조금 숨 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짧은 글이 더 어렵다는 걸 곧 깨달았다.

두 페이지 안에 핵심을 다 담는 일,

그건 결국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가의 문제였다.

밤마다 수정했고,

단어 하나를 고치는 데도 10분씩 걸렸다.

그래도 이번엔 이상하게 힘들지 않았다.

‘잘 써야 한다’보다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주말, 혼자 사무실에 나왔다.

이젠 습관처럼 커피를 내리고 자리에 앉았다.

조용한 공간에서 문장을 다시 읽으니,

마치 낯선 사람이 쓴 글 같았다.

‘이 문장이 내 마음을 정확히 옮겼나?’

스스로에게 묻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때 문득 뒤에서 인사 소리가 났다.

“어, 나오셨어요?”

다른 팀 파트장님이었다.

“오늘은 둘이네요.”

그 짧은 대화가, 이상하게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퇴근길, 그분이 내 자리 앞에 잠시 멈춰 섰다.

“도와드릴 건 없어요?”

그 말이 참 따뜻했다.

아무 도움을 받지 않아도,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미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은 기분’이었다.

월요일 아침, 초안을 사수님께 보여드렸다.

“음…”

익숙한 그 소리.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제는 그 소리가 두렵지 않았다.

잠시 뒤 사수님이 말했다.

“이번엔 잘하셨어요.”

그 말이 들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수정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들렸다.

‘이건 틀렸어요’가 아니라

‘이건 더 좋아질 수 있어요’로 들렸다.

아마 그게 경험이 쌓인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결과는 ‘한 번에 통과’.

예전 같으면 “드디어 됐다!”며 들떴을 텐데,

이번엔 마음이 묘하게 잔잔했다.

내가 한 일을 자랑하고 싶기보다,

‘이 일을 함께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더 컸다.

문득 깨달았다.

내가 회사에 적응한 게 아니라,

사람들 속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기 시작한 것이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 보이는 온기,

그걸 이제야 알았다.


오늘의 통과는 결과보다 관계의 시작이었다.

다음 제안서가 또 떨어질 수도 있고,

다시 혼자 남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는 그때보다 단단해졌고,

조용히 웃을 줄 알게 됐으니까.


그래서 오늘은 이렇게 적어본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자.

사람들이 나를 기억한다면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웃으며 견뎌낸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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