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말 출근이 준 선물, 성장통과 희망

마흔여섯, 나는 다시 신입사원이 되었다. 09

첫 주말 출근, 또 다른 제안서 제출, 그리고 첫 전체회식


“일요일에 출근이요…?”

내가 직접 이런 말을 입 밖에 내게 될 줄은 몰랐다.

회사 들어오기 전엔

나는 욜로족이라 주말은 사수한다가 철칙었지만,

입사 몇 주 만에 그 믿음은 깨져버렸다.


사실 이유는 간단했다.

월요일에 또 다른 제안서를 제출해야 했으니까.

“제안서가 사람 잡는다더니, 이게 그건가.”

웃프게도 나는 잡힌 사람 쪽이었다.


이번에 맡은 분량은 다섯 페이지.

“다섯 장쯤이야” 라고 가볍게 말하고 싶지만,

그 다섯 장이 내겐 백 장과도 같은 무게다.

그나마 며칠전 읽었던 책내용의 6하원칙을 꺼내 들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종이에 구조를 그리며 혼잣말을 했다.

“어, 이거 좀 되네?”

막막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거 같다.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순간이었다.


사수님께 가져갔더니

“내용은 괜찮다”라고 말했다.

와… 심장이 철렁.

‘나 좀 되는 건가?’ 싶은 희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그건 딱 3분짜리 희망.

“근데, 이부분은 좀~ 요기도 좀~”

수정 수정 재수정이다.

“아… 네…”

이런 내가 답답하시지는 않을까?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좋은 점은 있었다.

이제는 뭐가 잘못됐는지 조금은 알겠다는 것.

예전엔 그냥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였다면,

지금은 아주 미세하지만,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생겼다.

어두운 숲속에서 작은 랜턴 하나를 켠 기분이랄까.


토요일, 일요일… 계속 다시 쓰고 또 쓰고.

홍보도, 전시도 완전 초보라 힘들지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월요일, 드디어 제안서 제출 완료.

긴 터널 끝에서 드디어 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진 첫 전체 회식.

“와, 이게 그 유명한 회사 회식이구나!”

분위기는 좋았다.


파트장님은 술 한 잔 기운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감이 없으면, 감을 익히셔야죠”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네…감을 무지 많이 먹고 싶어요.”

혼자 ‘나 성장했어!’ 감탄했는데,

현실은 아직 멀었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전시회 많이 다녀와라. 눈을 키워야 한다.”


물론, 쓴소리는 아프다.

“이건 아닌데?”라는 말은 칼처럼 날카롭게 꽂힌다.

하지만 그게 성장통 아니겠는가.

태어나자마자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없으니까.

기어 넣는 법도, 브레이크 밟는 법도

차근차근 배우며 나아가는 거다.


여행일을 하던 시절은 늘 불안했다.

눈 비 소식이 오면,

비행기가 안 뜰까 걱정이고,

여행이 취소될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 걱정은 없다.

“오늘 비 오면 어쩌지?” 대신

“오늘의 수정본은 통과될까?”라는 걱정으로 바뀌었을 뿐.

그래도 묘하게 안정감이 있다.


느리면 어떤가.

달리기도 처음엔 워밍업이 필요하다.

가속도가 붙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파트장님께서 “넘겨라” 하셨을 때,

그 말이 왜 그렇게 행복했는지 모른다.

마치 “너 이제 운전석에 앉아도 돼”라고 허락 같았다.


아직은 대학 갓 졸업한 친구들보다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1년 뒤 나는 달라질 거다.

노력과 시간이 쌓이면, 나는 커간다.

나는 매일 조금씩, 꾸준히 자라는 중이니까.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그리고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져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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