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 뭐 어때서! 그래서 너는 행복해? 4
얼마 전, 나는 생일파티를 했다.
원래 계획은 “집에서 조용히 지나가자.”였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야, 설마 생일날 혼자 있는 거 아니지?”
“그러지 마. 일단 나와.”
“술 한 잔 해야지. 생일인데.”
전화의 주인공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돌싱 커플 친구들
가게 하는 친구들이라
“가게로 와”라는 말이 계속 이어졌다.
갈까 말까…
정말 많이 망설였지만,
‘혼자 조용히 보내면,
나중에 괜히 더 섭섭해질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결국, 늦은 시간에 가게로 갔다.
근데 가보니 상황이 많이 독특했다.
그 집 큰딸, 이쪽 집 작은딸, 그리고 셋째 딸까지.
아이 셋 + 어른 셋
내 생일파티는 왁자지껄 화려한 파티가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함께한 생일파티였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남들이 보면 절대 이해 못 할 장면 아니야?’
아빠의 새 여자친구의 가족들,
엄마의 새 남자친구의 가족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떠드는 아이들.
솔직히 말해 나도 자세히 보면
“이게 뭐지?” 싶은 장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어른인 내가 더 놀란다.
물론 이 친구들이 재혼한 것도 아니고,
가족이 된 것도 아니다.
그냥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아무 꺼림칙함 없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분명히 있었다.
두 사람을 보면 느껴진다.
비록 이혼은 했지만
아빠는 아빠 역할을 놓지 않았고,
엄마는 엄마 역할을 놓지 않았다.
아이들과 계속 이야기했고,
아이들의 말을 귀찮아하지 않았고,
자기감정보다 아이 감정을 먼저 보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더 확신하게 된다.
아이들이 상처받는 이유는
이혼이라는 ‘환경’ 때문이 아니다.
나는 다른 이혼 가정의 아이들도 많이 봤다.
힘들어하고, 방황하고,
어디에도 기댈 데 없는 아이들.
그런 가정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비슷했다.
부모가 자기 상처에만 빠져서
아이와의 소통은 잊어버린다.
아이들이 정말 바라는 게 뭘까?
겉으로 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가정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
내 편이 되어주는 어른,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부모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진짜 잘 자랐다고 느낀다. 그 이유는 하나다.
소통을 놓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 선생님 욕을 할 때도
나는 훈계하지 않았다.
“그랬구나. 그 상황에서는 네가 속상했겠다.”
아이들이 옳고 그름을 몰라서가 아니다.
먼저 내 편이 필요한 거다.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본인의 슬픔에만 빠져서
아이와의 소통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이들 앞에서 아빠 욕을 한 적이 없다는 거다.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었을지라도,
아이들에게는 하나뿐인 아빠다.
이건 이혼 가정뿐 아니라
결혼 생활 중인 부부들도
꼭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아이 앞에서 엄마 아빠 욕대신,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거.
그래야 우리는
건강한 가정도,
건강한 이혼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