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세포를 잃으면 이혼이 버겁다.

이혼이 뭐 어때서! 그래서 너는 행복해 8

이혼 후에

내가 생각보다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이것 때문일 거다.

내가 ‘일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큰아이가 아기였을 때 잠깐을 제외하고는

나는 늘 일을 했다.

물론 수입이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잘 벌 때도 있었고,

“이게 돈이야 용돈이야?” 싶을 만큼

적을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일은 멈추지 않았다.

그 ‘일하던 습관’ 덕분이었을까.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자기 일을 스스로 챙기는 데 익숙해졌다.

엄마는 늘 집에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하고 싶다.

지금 가정적으로 안정적이고, 남편이 돈을 잘 벌고,

크게 부족함이 없어 보이더라도

일은 하자. 아니, 반드시 하라!

그러면 사람들은 이런말들을 한다.

“돈도 많은데 왜 일을 해?”

“지금 이렇게 편한데 굳이?”

맞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인생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어느 날 갑자기 틀어지기도 한다.

한 지인이 있었다.

결혼 생활 내내 포르쉐를 타고 다녔고,

해외여행도 밥 먹듯이 다녔다.

누가 봐도 “와, 잘 산다” 소리 나오는 삶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의 한마디가 날아왔다.

“이혼하자.” 그 한마디에 삶이 그대로 무너졌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살다가

막상 이혼을 하려고 하니 수중에 돈도 없었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도 떠오르지 않았다.


또 다른 분도 있다.

남편과 아들이 여행사를 운영하며

꽤 큰돈을 벌던 집이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여행업은 멈췄고, 그 집의 안정감도 함께 멈췄다.

“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다.”

결국 그분은 마이너스 통장을 안고

보험 일을 시작하셨다.


오늘의 안정이 내일도 그대로 이어질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말한다.

아주 작은 돈이라도 좋으니 일을 하자.

당장 일을 못 하더라도 일할 준비는 해두자.

아이들이 어려서 손이 많이 가도,

마트에서 하루 몇 시간 알바라도 괜찮다.

재택이든, 온라인이든

요즘은 일을 할 수 있는 방식이 정말 많다.

“엄청 벌어야 해?” 아니다. 전혀 아니다.

중요한 건 돈의 크기가 아니라

‘일하는 감각’을 놓지 않는 것이다.

연애를 오래 안 하면 연애 세포가 사라지듯이,

일도 그런 것 같다.

일세포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학습지 국장으로 일할 때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이 있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들은 거의 반사적으로 말한다.

“죄송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그때 문득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들이 좀 불쌍하다…’

힘들어도, “오늘은 못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할 아빠들.

아파도, 피곤해도 일터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

물론 아이가 아프면 힘들다.

그건 너무나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 때문에 아예 일을 못 할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조금 늦게 다시 시작해도 되고,

형태를 바꿔도 된다.

중요한 건 완전히 끊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도 정말 잘 사는 친구가 있다.

다정하고, 돈도 잘 버는 남편과

누가 봐도 행복한 결혼 생활.

나는 그 친구에게도 틈만 나면 말했다.

“너도 일은 해.”

그러면 돌아오는 말은 늘 비슷했다.

“지금은 애 때문에…”

“조금 더 크면…”

“아직 타이밍이 아니야…”

그렇게 한참을 쉬던 그 친구가

어느 날 김미경 강사님 강의를 듣고는

바로 취업했다.

왜 마음이 움직였는지 나는 알 것 같았다.

강의 속 이야기 때문이다.

고학력에 잘나가던 교수님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교수직을 내려놓았다는 이야기.

아이는 훌륭하게 자랐고

좋은 학교, 좋은 스펙, 좋은 직장까지 얻었다.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단다.

“엄마처럼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요.”

그 말을 듣고 엄마는 처음으로 후회했다고 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솔직히 쉽지 않다.

아이가 어리면 정말 힘들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말하고 싶다.

일을 하자.

그건 어쩌면

이혼을 잘 준비하는 방법일 수도 있고,

어쩌면 또, 남편과의 관계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방법일 수도 있다.


잘 살고 있어도, 지금 당장 문제가 없어 보여도,

나는 오늘도 말한다.

일하자. 아주 작게라도. 일세포를 유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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