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주의 12
방학 내내 핸드폰만 보는 아들을 보며
속이 답답해졌다.
“공부 좀 해.”
결국 한마디 했다.
아들은 아무 말 없이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문 닫히는 소리가 괜히 더 크게 들렸다.
나는 한참 서 있었다.
이대로 둬도 되나?
계속 말해야 하나?
이러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하면 어떡하지?
엄마의 불안은 늘 ‘미래’를 향해 달려간다.
성적, 대학, 인생, 실패.
아직 오지도 않은 일들을 끌어다가
지금 아이를 밀어붙인다.
밤새 뒤척이던 그날 밤,
문득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부모가 이혼하고 술에 의지해 살던
아버지 밑에서
좋은 대학에 간 아들의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물었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도
그렇게 공부를 잘했어요?”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버지가 매일 술 드시고 오셔서
저를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었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비몽사몽인 아들의 얼굴을 만지면서
“아들, 사랑해.”라고 말해주고 출근했다.
그게 다였다.
공부하라는 말도,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3일째 되던 날,
아들이 먼저 말했다.
“나 스카 갔다 올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알았다.
잔소리는 불안에서 나오고,
사랑은 중심에서 나온다는 걸.
나는 아이를 통제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불안한 나를 잠재우고 싶었던 거였다.
자존은
아이를 몰아붙이는 힘이 아니라
아이를 믿어주는 용기였다.
아이가 어떤 모습이든,
믿어주는 용기는 아이를 망치지 않는다.
결과를 쥐고 싶어질 때
나는 이제 나를 먼저 돌아보려 한다.
지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잔소리인가? 사랑인가?
그리고 나는
사랑을 선택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