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복훈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티 May 28. 2021

어둠 속에서도 아름답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아직 모르고 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세상살이에 항상 불평불만을 가지고

남을 미워하며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사랍입니다.


온갖 빛깔의 꽃들과 파란 새싹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복입니다.

부처님의 좋은 법문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건 정말 큰 행복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인생을 괴롭게 살아야 합니까?

남을 좋아하면 내가 즐겁고

남을 사랑하면 내가 기쁘고

남을 이해하면 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이 모두가 나를 사랑하는 법입니다.



법륜 스님이 쓰신  책 <지금 이대로 좋다>에 나와있는 '나를 사랑하는 법'이다.


법륜 스님 말씀대로라면 나는 엄청난 복을 누리고 있다. 

그냥 복도 아닌 것이 엄청난 복이고, 정말 큰 행복 말이다.


숲을 다니며 온갖 빛깔의 꽃을 매일같이 보고 있다.

들꽃에서부터 이름 모를 관목 덤불이 피워낸 꽃을 새로 발견해낸다. 

어제 새로 본, 난생처음 내 눈에 띈 꽃들만 해도 이렇다.




거기다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많은 온갖 푸르른 나무의 잎을 보고 있다.

잎이 짙어지는 것, 거기에 또 새로운 싹을 틔우는 것을 보는 건 일상이 되었다.


잎들은 다 제각기 다르다. 

잎 크기도, 잎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같은 건 하나도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눈으로 본다. 

나와 같지 않다고, 왜 저렇게 이상하게 다르게 생겼냐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말인 것이다.


 


자연의 소리도 숲에서 항상 즐긴다. 

새소리가 거기에 언제든 있고, 오늘은 나무를 춤추게 하는 바람소리도 장관이다.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나는 법륜스님을 사표(師表)로 삼아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거의 모든 책, 모든 동영상을 봤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한번 본 것이 아니라 보고 또 보고 반복해서 본다.

그만큼 나에게 와닿는 게 많고 공감할 만한 말씀이 많다. 


글머리에 인용한 법륜 스님의 <나를 사랑하는 법>도 격한 공감으로 오늘의 말씀으로 되새겨본 것이다.


온갖 빛깔의 꽃들과 파란 새싹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복입니다.
부처님의 좋은 법문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이건 정말 큰 행복입니다.

이 말을 다시 살펴보면 나는 이렇듯 엄청난 복과 정말 큰 행복을 일상적으로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나는 행복을 찾겠다고 행복을 훈련하겠다고 치열하다. 

참으로 모순이 아닌가.




작약을 구경하러 갔다. 과연 자연의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레드, 화이트, 핑크 꽃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꽃지름이 10cm에 이르는 커다란 꽃은 고혹적이다. 

진한 향기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여인의 향기 같다. 

작약이 지천인 작약 꽃밭에서 진한 향기에 휩싸여 넋 놓고 꽃을 바라본다. 


화이트 작약. 꽃봉오리가 분홍이었다가 활짝 피면 화이트가 된다. 화이트 안에는 옐로도 담겨있다.


핑크 작약은 핑크의 버라이어티다. 바깥은 진한 핑크, 안쪽은 연한 핑크, 가운데는 화이트를 닮은 핑크까지 사랑스러운 모든 핑크를 담고 있다.


어찌 이리 고운 빛깔로 조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말인가. 

한 송이에 어떻게 이렇게 겹겹이 꽃잎을 담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핑크와 옐로가 조화를 이룬 작약


꽃밭이 들처럼 펼쳐진 정원을 구경하고, 한 시간 남짓 걷기까지 한 후 어둑한 작약 꽃밭을 되짚어 차가 있는 곳으로 가던 길이었다. 

어둠 속에서 피어있는 작약을 두고 가기가 아쉬워 카메라를 다시 들이댔다. 


그런데 아니, 이런 작약이 나왔다. 


"세상에 이런 꽃은 없었다. 이것은 꽃인가, 그림인가!"('극한직업' 류승룡 버전으로 읽어주길 요청한다.)

 



밝은 햇살 아래 빨간 작약은 화려하고 눈이 부시다.

겹겹이 핀 꽃의 테두리가 살짝 연한 것이 음영 감을 주며 화려함을 과시한다.

 


붉은 작약의 음영 감은 어둠을 배경으로 다르게 변신한다. 

테두리는 밝은 핑크로 작약을 겹겹이 화려한 자태로 물들인다.   

어둠은 작약을 환타스틱 한 그림으로 다시 탄생시킨 것이다.



어둠 속의 작약처럼 우리는 어둠 속에서도 아름답다.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도 형용키 어려울 정도로 속속들이, 겹겹이 뷰티풀 한 존재인 것이다.

밝은 햇살이 없어도 이미 그림 같은 작품이다.




밝은 것만 쫓고 있는 나 자신을 알고 있다.

자기 탐구와 행복 훈련 등을 하며 존재의 근본으로서 수식어 없이 그냥 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노력이라는 표현 자체가 힘겹다는 것이다. 

몸은 내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여전히 몸에서는 두드러기가 계속 생기고 있다.


'무엇을 위함인가'


'왜 이렇게 치열한가'


뭐든 애써 잘하려 하고, 애써 성취하려 하고, 애써 잘 살기 위한 집착들을 놓고자, 놓아버리고자 오늘도 나를 돌아보고 있다.


의미 있는 것에 대한 집착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고질병이다.

시간을 잘 보내야 한다,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냥 살아." 


"제발 좀 그냥 편하게 살아." 


나를 혹사시키는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나를 아끼지 않는다.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내가 편하도록 나를 가만히 보고 있지 못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게 법륜 스님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반복해서 읽어주겠다.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작품이 된 작약을 보여주겠다.


"지금 이대로 충분히 좋다"가 터져 나오도록 가만히 두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근육 훈련처럼 마음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