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한잔만 - 3

주말 햇볕 23.0

by memento

매일 같이 술만 마실 순 없으니까.

아니 술만 마시고 싶지만 이제 그럴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니까 적당한 수준으로만, 즐길 만큼만 조절이 필요한 나이이다.


글 제목이나 작가 소개를 40대 아저씨로 했지만, 당연히 대학 새내기 시절의 기억도, 연애 실패로 인한 쓰디쓴 기억도, 첫 월급의 놀라움도, 일을 해낸 다음의 성취감도, 그리고 가족을 잃은 슬픔도 경험해 본 나이이다.

더 연세가 있으신 분들(특히나 이런 햇살에도 담배쩐내가 나는)께서 보시기에는, 어린노무 쉐키(?)겠지만 이만큼이면 어지간한 경험은 다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40대가 되고 나서 바로 우울하지는 않았다. 그날을 기점으로 기분이 확 변할 수가 없는 게, 연초에는 아직 생일이 멀었으니까라고 생각하고, 생일이 지나면 이거도 별거 아니네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러다 4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제 40대구나' 라는 기분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뭐, 많이 이루어놓은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정말 다행히도 나를 사랑해 주는 배우자를 만나 잘 살고 있는 점이 유일한 행운이자 행복이었다.


직장에서 큰 일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남들만큼 부유하게 살지도 못하고, 여유가 있지도 않다. 사실, 그런 생활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걸 머리로는 알지만,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인스타에는 멋지고 예쁜 사람들이 자신의 부와 외모를 자랑하고, 티비는 그런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막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줄 때는 웃음으로 점철되지만, 부유한 인생은 멋지다라는 말과 스스로에 대한 보상을 잘 주는 사람으로 이야기한다.


사회를 탓할 생각은 없다. 민주화 세대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역사의식도 있었고,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대외적 이벤트와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이벤트도 경험해본 결과, 어차피 세상은 흘러가는 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흘러간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표도 빼먹지 않고 한다.)


오늘따라 서설이 긴데, 아마도 이렇게 햇살이 좋은 날을 너무도 오랜만에 만나서가 아닐까 싶다. 아니, 햇살 좋은 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상황이 젊은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회사에만 있다 보면 이런 걸 잊게 된다.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굉장히 중차대한, 그러나 잊기 쉬워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와 다르게 나 자신에 대한 관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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