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한잔만 - 5

메이커스 마크 45.0

by memento

다 쓴 글이 날아갔다. 메이커스 마크를 마시며 들었던 기분과 상태를 남기기 위한 글이었는데, 원래 메모장에 쓴 걸 옮기던 내가 그날따라 직접 작성을 하였다. 그래서일까?


그날따라 나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편의점에서 산 작은 메이커스 마크를 들고 한강변을 걸은 날이다. 기분은 센치했고, 과도한 감성이 부담스러웠나 보다. 그래도 메이커스 마크는 꼭 이야기해야지.

대부분의 나날을 돌이켜보면 나는 열심히 사는 편이다. 아니, 내 시대의 사람들은 그렇게 교육받아왔고, 인생의 진리가 열심에 있다고 믿어온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개근거지라는데, 라떼는 개근상이 자랑거리였던 세대였다. 개근거지라니.. 참...


볼트와 너트로 살아온 40년 넘은 인생에게 자조 섞인 한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메이커스 마크를 한 모금 마셔본다. 음, 역시나 독하다. 이제 슬슬 스모키 함이라든지, 플로랄이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어야 할 텐데, 아직은 그냥 독하다는 느낌이다. 코를 훅 치는 버번 특유의 향에 이어 혀 뒤편으로 맵싸한 맛이 남는다.

이렇게 특징 있는 아저씨가 되었으면 참 좋으련만, 무색무취무미한 아저씨가 되어있다. 그래서 이런 일상이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턱 하고 막히는 숨을 쉬기 위해 다시 한 모금 마셔본다. 후 하고 내쉬는 숨이 힘겹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그 최선이 최고가 아님을 알게 되어서인지, 문보영 작가님이 언급한 준최선의 롱런이라는 글이 더 와닿는다. 롱런을 하려면 최선보다는 준최선이 나은가 싶은, 그런 날이다.


그나저나, 다시는 바로 쓰지 말아야지. 그게 준최선인 것 같으니. 롱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