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외로운 듯, 누구와도 함께이고 싶지 않은. 그러나 당신은 그리운.
바람 부는 3월입니다. 이른 아침, 아니 새벽부터 움직입니다. 이불 밖으로 나오려는 몸을 뇌는 필사적으로 발악하며 막지만 이미 태엽이 감긴 시계처럼 둘은 결국 맞물려 서늘한 새벽을 찢고 나옵니다. 뻑뻑하면서 시큰한 통증이 눈물이 되어 나옵니다. 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외롭습니다. 회색빛 지평선 너머로 눈길을 주어 보지만 외로움은 그대로입니다. 회색빛이 더 외롭습니다.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한숨을 내쉬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나의 외로움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외로움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까요. 어쩌면 엄마의 뱃속에서 날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양분을 고갈할 때부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의 외로움은 당신의 외로움은 우리의 외로움은 잔인하기 때문입니다. 채워진 듯 채워지지 않고, 잊혀진 듯 잊을 수 없고, 묻어둔 듯 문득 선연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삶을 반복합니다. 그런 반복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듭니다. 외로움 속에서 생각합니다. 당신이 그립다고. 그리운 당신을 만나면 나는 어쩌면 덜 외로워질까요. 외로운 당신과 외로운 나.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누구와도 함께이고 싶지 않은 모순된 마음입니다. 바람 부는 3월은 모순의 계절입니다. 당신이 그립습니다. 그 얼굴선이, 살결이, 웃음이, 하찮은 습관들이. 나는 어쩌면 뱃사공이 지난밤의 고단함을 물결에 흘려보낸 채 노에 기대어 졸고 있는 새벽의 베니스로 가야 하는 게 옳은 건지도 모릅니다. 그곳에서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그리워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희뿌연 안개에 둘러싸인 운하 밑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뱃사공이 깨기를 기다리며, 나는 물결에 나의 그리움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흘려보냅니다. 가만히 흔들리는 배에 강물이 와 부딪히며 찰싹찰싹 소리를 내고, 오래전 수몰된 고대도시를 향해 물기둥이 공명하며 빨려 들어갑니다. 3월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