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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코끝을 간지럽히는 솜털처럼  성가시구나.


아침. 아이를 보내고 까망이 배설물을 치우던 중, 문득 봄은 왜 봄일까... 생각에 잠겼다. 빗자루를 든 채 창밖으로 시선을 던져보니 그야말로 의심할 여지없이 봄날 아침이다. 흐음,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모두 두 글자 계절인데 봄이 그저 봄일 수밖에 없는 건, 아마도 사방으로 볼거리가 넘쳐나서가 아닐까... 하며 어제 아이가 공원을 산책하며 슬그머니 꺾어 온 꽃들로 꾸민 미니 화병을 떠올려본다.


겨울에도 역시 볼거리는 많지만, 하얀 눈과 청아하도록 차가운 기운을 제외하면 거의가 불빛으로 꾸민 밤 풍경뿐이니, 아마도 뿌리부터 파릇파릇하고 지천으로 울긋불긋 푸릇푸릇, 눈을, 코끝을  따스하게 간지럽히는 볼거리들이 많아 봄이 아닐까. 보기 싫어도, 보지 않고는 베기지 못할 만큼 모든 것이 새로움으로, 따스함으로 향기로움으로 가득하니, 거 보라고,

봄.


그래, 우리 까망이 똥을 치우면서 생각했다.
어쨌든 아침부터 봄기운이라니, 분명 봄이 시리도록 아픈 사람도 있을 텐데.......

그 화사함을 감춤 없이 모두 드러내다니,  성가시기도 하구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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