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진정시켜 다오>
그 불안감을 뉘에게 털어놓을 수 있으랴? <나를 진정시켜 다오>하고 나는 그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밤이 다가온다. 밤과 더불어 내게 낯익은 유령들이 깨어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무섭다. 해가 저물 때, 내가 잠들려 할 때, 그리고 잠에서 깰 때, 이렇게 나를 저버리는 세 번…. 허공을 향해 문을 열어놓는 저 순간들이 나는 무섭다 — 짙어가는 어둠이 그대의 목을 조일 때 잠이 그대를 돌처럼 굳어지게 할 때, 한밤중에 그대가 나는 무엇인가 하고 결산해 볼 때, 그대가 생각할 때 —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할 때, 대낮은 그대를 속여 위로한다. 그러나 밤은 무대장치조차 없다.>
-장 그리니에 『섬』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