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흥흥~으흥흥~ 나 혼자 좋아 편지를 썼네.
≪요리 본능≫에서 저자 리처드 랭엄은 단순히 불의 소유가 아니라 불을 사용한 요리의 발견이 우리를 진정한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에게 내가 읽은 책들을 마구잡이로 섞어 비벼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교자상 한가득 온갖 반찬들을 여기저기 널어놓는 것도 예의가 아닌 듯싶었다. 그래서 서빙은 서양식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선택은 여러분의 자유이고, 음식이 나오는 순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큰 양푼에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던져 넣고 얼큰하게 비벼 드셔도 좋다.
연희동 우리 집에는 열 마리의 개가 같이 산다. 일명 '소시지 개'라고 불리는 다리 짧은 닥스훈트들이다. 사춘기를 겪던 아들을 위해 데려온 한 마리가 대가족을 일궈냈다. 명색이 동물행동학자인 나이지만 열 마리는 사실 좀 너무 많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늘 개들과 함께 자란 아내는 무척 행복해한다. 자연과 동물에 대한 사랑은 함께 부대끼면서 크는 것 같다. 우리야 행복하지만 우리 집 담장 너머 이웃들은 불편해한다. 시끄럽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 개들에게 교양 있게 조용조용 대화해달라고 부탁한다. 이웃들에게 왕따 당하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과학은 저녁노을을 바라보던 침팬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날 부머의 뇌 속에서 어떤 결심의 매터니즘이 작동했는지 들여다보지 못한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이 같은 일들을 입에도 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 옛날이다.
온갖 아이디어들이 그물 위 멸치들처럼 후드득후드득 마구 튀어 오른다.
젊은이여,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듯 나의 몸과 영혼을 버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