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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려나 서점

내 책이 놓일 자그마한 구석자리 하나 찜해 놓고 싶은 서점




이웃 글들을 기웃거리다가 흥미로운 동화가 눈에 띄어 곧장 서점에 갔다. 근래에 중세 필사본과 관련해서 꽤 집중을 요하는 책을 읽고 있기도 하고 또 여러 가지 글을 쓰게 되어 머리가 과부하가 되던 찰나에 머리도 마음도 환기시킬 겸 유쾌하고 가벼운 책들 손에 들어보았다.


『있으려나 서점』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라기보다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 같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역시 일본 작가들은 상상력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꼭 일본 작가라서 이기보다는 지금까지 읽어본 동화책이나 짧은 단편선을 봤을 때 일본 작가들의 이야기 세계가 훨씬 폭넓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었다. 경계라는 게 없다고 해야 할까 …. 민족성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이야기들, 가령 신화나 설화, 민담이 꽤나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있어, 지금 읽고 있는 작품이 일본 작가가 쓴 것이다 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 작품은 동화가 되었든 단편이니 장편 문학이 되었든 바로 우리나라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 이름을 보지 않기 위해 앞표지를 후다닥 넘겨 읽어도, 부러 영어로 번역된 것을 읽어도, 어떻게 해도 읽히는 우. 리. 나. 라. 문. 학. 만의 분위기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문학작품은 사고의 확장이 훨씬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시작에서부터 흥미롭고 편안하게 접근하게 되는 것이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 그래서 재밌는 상상력이 가득했던『있으려나 서점』을 가벼워진 마음으로 소개해 본다.


『있으려나 서점』의 주인공, 주인아저씨다. 아저씨가 정말 귀엽다. 현실 아저씨였다면… 흠, 나이 든 분한테 결례가 되겠지만 그래도 이런 모습이라면 아무래도 여러 가지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까…. 남편이 이런 모습이라면, 아버지가 이런 모습이라면, 친오빠가 이런 모습으로 나이 들어간다면…… 





어쨌든, 『있으려나 서점』은 책과 관련된 책을 파는 서점이다. 어떤 책이 있나 잠깐 들여다보자.





조금 희귀한 책, 책과 관련된 일, 책과 관련된 이벤트, 책과 관련된 명소, 책 그 자체에 대한 책 등등 그야말로 책에 의한 책을 위한 서점이다. 그런데 이 책에 관한 책들의 내용이 꽤 기발 하단 말이죠~


얼마나 기발한지는 직접 읽어보는 게 가장 재밌으니까 모두 얘기하진 않겠지만 그중에, 옛날 옛날에~ 하면서 들려주는 옛이야기 같은 내용이 있어(옛날이야기에 약하다) 잠깐 소개해본다.





어느 날 책방에 아주머니 손님이 한분 찾아왔다 - 그 전에도 이미 많은 손님이 찾아왔었다-. '책과 관련된 명소'에 관한 책을 찾는 아주머니께 주인아저씨는 '책이 내리는 마을'이니 '독서초', '무덤 속 책장', '수중 도서관'이 소개된 책들을 찾아준다. 그중에서 '수중 도서관'에 대한 소개가 제법 그럴듯해서 과연, 오오! 하게 된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책을 아주 좋아하는 부자가 있었는데 책이 너무 좋은 나머지 땅을 움푹 파서는 높은 도서관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고는 도서관에 책을 빽빽이 채워 넣은 다음, 도서관 안에 계단이며 사다리를 모조리 치워버렸다고 한다 -대체 왜?-.





세월이 지나 부자가 죽은 뒤로 움푹 파인 땅에 물이 계속 차올라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그 도서관은 수중 도서관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도서관에 가려면 저렇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수중 도서관의 책들은, 물에 잠긴 것은 이제 볼 수 없고 위에 꽂힌 책은 손이 닿지 않아 아직 볼 수 없다. 오로지 배 높이에서 손에 닿는 책만 읽을 수 있다. 매년 수위가 높아지기 때문에 언젠가는 맨 위에 있는 책장에도 손이 닿을 날이 올지도!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가 맨 위 책장에 무슨 책을 두었을지 가장 궁금해한다는 것으로 이 명소의 소개는 끝을 맺는다.


옛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처럼 재미있다.


『있으려나 서점』에는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야기로 넘쳐나는 책이 많이 있다.




하지만 『있으려나 서점』에도 물론 없는 책이 있다.


어느 날 찾아온 한 절박한 남성!


그는 아마도 작가 지망생이 틀림없는 것 같다.


파란 양복을 입은 남자는 아주 절박하면서도 결의에 찬 모습으로 주인아저씨께 이렇게 묻는다.



'확실한 베스트셀러 만드는 책' 있을까요?






아무리 없는 게 없는 책 백화점이라지만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만큼은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가여운 주인장 아저씨… 정말 난처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 책은… 아직 없습니다."


.


.


.


아마 앞으로도 그런 책은 없지 않을까? 진땀이 나리만치 공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있으려나 서점』에 어떤 책이 있나 읽어 보자. 작가의 기발한 머릿속이 감탄스럽게 느껴지는 순간, 허를 찌르는 결말을 경험하게 된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손님들로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주인아저씨의 표정 변화를 쫒아가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마지막에 난처한 표정에서는 나도 덩달아 그런 표정이 되고 말았다^^


베스트셀러를 확. 실. 하. 게. 만들어주는 책!

진짜 어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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