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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ONN 에콘 Sep 12. 2023

알코올 자격증

-알코올에 문제가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동지이시군요.



째깍째깍. 오후 5시가 넘었다. 조금만 참으면 알코올울 영접해도 되는 해 지는 시간이 다가온다. 조금만 참자. 어제 비운 와인 병은 세탁기 옆에 잘 숨겼으니 오늘은 새 날인 것처럼 마셔도 돼!


6시가 넘었다. 와인을 한 잔 마신다. 오늘 했던 생각이 무지개가 된다. 내일이면 이 무지개를 통해 환한 빛줄기 같은  삶을 살아내리라..


신을 믿지 않지만,

와인을 마시면 신이 육신에 들어차는 기분이 든다.

내 심장을 쪼개던 고통이 용서할 수 있는 무아의 세계에 접어든다. 홀가분하다. 오늘 처리해야 할 쓰레기를 냅다 갖다 버린 기분이다.


돌덩이였던 마음이 자갈로 쪼개진다. 한 잔만 더 마시면 모래알이 되고, 또 한 잔을 마시면…

이. 윽. 고.

파도가 밀려와 모래알 같은 기억도 씻어가 줄 테다.


그런데, 다섯 잔을 더 마신다. 와인 한 병이 끝나간다.

젠장.  

애 키우며 애 관련 된 일 외에는 얼마나 메마르게 살았는가? 괜히 이것저것 영상을 뒤진다.

아싸!! 잊고 살았던 눈물도 흐른다. 비록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새가 알을 품고 있을 때였지만.. 살아있잖은가?

내 일이 아니고 다른 일에 울었지.. 그러니 알코올이 좋지..


한 잔 더 마시고 기사를 둘러본다.

뭐라고? 애를 낳자마자 목 졸라 죽였다고? 오늘은 눈물을 넘어 선 분노다.  ㅆ새끼들. 애를 죽여? 허공에다 발길질도 하고 비명도 내지른다. 알코올 덕에 살아있는 감정을 느낀다.



문제는 다음 날이다.

감정선도 육체선도 좋았다.(새벽엔 홀로 춤도 춘 것 같으니)

김장을 위해 한 나절 소금에 절여 놓은 배추처럼 뇌가 절여져 있다.

생각일랑 알코올 꿈 속에 만났던 과거의 남자 A, B이다. 차라리 똥꿈이라도 꾸면 로또라도 사지.. 어젯밤은 A, B랑 황야를 누볐다.



누빈다. 달린다. 과속한다. 150킬로 이상 bmw m시리즈로 알코올 로드를 달린다.

앗. 근데 구간단속이 1km 앞이라네.



녹내장이었다.

내 알코올 로드에 구간단속이야?

시야가 흐려졌다. 백야처럼 밝다가.. 습격한 어둠이 시야를 잠식했다.

주차할 때 여러 번 긁고,  시야결손으로 도심 속 가고 싶은 곳을 차로 가지 못 하는 상황이 왔다.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 깨진 그릇인 줄 모르고 설거지하다 손가락이 거의 잘려 응급수술을 받았다.


덩달아 원하지 않던, 상상조차 못 했던 금주의 시간이 왔다.


나에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증(쯩)'이 하나 있었다. 그 흔한 워드프로세서 같은 자격증도 없는 나지만 술자리 같은 테이블의 사람만큼은 환호성을 질러 줄, 주량이 소주 3~4병, 와인 2~3병 이상, 하이볼 무제한(화장실이 깨끗해서 오줌으로 비워낼 공간만 확보된다면)의 경험치와 주변인들의 간증을 통해 얻는 "넌 주사도 없고 그냥 말술이야. 널 존경해!!"라는 말로 입증이 되는, 공인 자격카드만 발급되지 않았지 ‘무적 간’이라는 ‘알코올의존증’ “쯩”


‘알코올 중독증’이라 써볼까 몇 번 썼다 지웠다 했지만, 중독증 하면 떠오르는 머리카락이 꼬챙이로도 빗기지 않을 노숙자나, 거리를 어슬렁대며 마약이나 술을 찾아 헤매는 형태가 떠올라 차마 내 모습에 중독자는 붙이지 못하겠다.


치졸하고 처절한 자존심이다.


여하튼, 난 녹내장과 절지봉합수술 환자이다. 그 치료의 과정에도 술을 마시고 싶은 순간이 넘친다.


검사 결과가 좋고, 나쁘고, 애들은 크고, 성장은 안 하고, 죽고도 싶었다가, 기필코 살고도 싶었다가.. 끝없이 알코올 기폭제가 넘실댄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 주 분리수거엔 (우리 집은 일주일 한 번 정해진 4-5시간만 분리수거를 할 수 있다) 저 집 알코올중독자 집 아니야?’하는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 있게 플라스틱만 버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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