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바람만 들고

by 선율

처음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두려웠다.

낯선 길에서 마주할 수많은 불안들을

캐리어 속에 꼭꼭 눌러 담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챙긴 물건들이

나를 지켜줄 거라 믿었지만,

그것들은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여행을 거듭하며,

낯선 곳에서 살아보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겪으면서 알았다.

짐을 줄이는 건 단순히 무게를 덜어내는 일이 아니라,

나를 묶고 있던 두려움을 함께 내려놓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여행에 두려움이 없다.

필요한 것만 챙기고,

남은 공간엔 바람이 드나들게 둔다.

그 바람이 내 어깨를 가볍게 하고

내 마음을 넓혀준다.


돌아오는 길,

가방은 가볍지만

마음속엔 더 많은 풍경과 사람,

그리고 한 줌의 바람이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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