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길 위에서
가장 먼저 나를 흔드는 것은
풍경도, 냄새도 아닌
낯선 언어의 울림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소리가
골목마다 번져와
내 귀끝에 스며들 때,
나는 내가 떠나왔음을,
일상의 테두리 밖에 서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 언어를 몰라도 괜찮다.
억양의 높낮이,
숨결의 리듬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대화를 시작한다.
말이 막혀도 눈빛이 이어지고,
미소 하나로 서로의 거리가 좁혀진다.
낯선 언어는 나를 긴장시키고
또한 자유롭게 한다.
내 안의 익숙한 감정을 털어내고
비워진 자리를
새로운 말소리와 풍경으로 채운다.
그때, 나는 또 다른 나로 깨어난다.
그래서 나는 이 언어의 파도에 몸을 맡긴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의 물결 속에서조차
마음은 여전히 이야기를 잇고,
나는 새로운 나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여행이 좋은 까닭은 이렇다.
낯선 언어에 귀 기울일 때,
나는 세상과 다시 인사를 나누고,
나 자신에게도 새롭게 말을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