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았던 순간을 내 안에 품고

by 선율

우리는 늘 걸으며 살아간다. 두 발로 걷고, 목소리로 말하며 일상의 리듬을 이어간다. 하지만 사람의 움직임은 단순히 근육의 수축과 이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 깊은 곳에서 우리를 밀어내는 힘이 있다. 바로 마음의 에너지다. 이 정신적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떻게 향상되고, 어떻게 우리를 더 멀리 움직이게 할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언제나 사랑과 증오, 친밀과 거리감이 교차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사랑받았던 순간"이다. 누군가로부터 진심 어린 눈길을 받았던 기억, 작은 배려와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가슴이 벅차올랐던 순간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오히려 그 기억은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에너지 저장고처럼 작동한다. 힘이 빠지고 몸이 지칠 때조차,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르면 다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가족과의 사랑은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다. 어린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걷던 기억, 내 목소리를 따라 웃어주던 형제의 얼굴, 사소한 말다툼 끝에도 결국 다시 나를 품어주던 가족의 온기. 그 모든 순간은 내 삶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내린다. 이 뿌리가 단단하기에 나는 세상에 나가 부딪히면서도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또한 친구와의 우정 속에서도 우리는 또 다른 사랑을 발견한다. 힘든 순간 함께 울어준 친구, 아무 말 없이 옆자리에 앉아 있어준 친구,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던 친구. 그들의 존재는 '내가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준다. 그리고 그 확신은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단순히 감정적인 위안이 아니라, 실제로 내 몸을 움직이게 하는 물리적 에너지로 전환된다. 마치 배터리가 충전되듯, 사랑받았던 기억은 나의 행동에 직접적인 힘을 제공한다.


사회적 관계에서의 친밀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직장에서, 동호회에서, 혹은 스쳐가는 인연 속에서도 나는 누군가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나의 존재가 의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런 순간들이 쌓일수록 삶에 대한 태도는 밝아지고, 하루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다. 반대로 이런 에너지가 전혀 없다면, 인간은 단지 육체만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로 머물러 버릴지도 모른다. 마음 속에 축적된 사랑이라는 에너지가 있기에 우리는 이 사회를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생각한다. 사랑받았던 순간이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라고. 그 기억들은 내가 지치고 흔들릴 때마다 다시 꺼내어 쓸 수 있는 에너지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 무력해질 때, 누군가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던 순간이 떠오르면 다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그 순간은 단지 과거의 장면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움직이는 힘이다.


그래서 나는 사랑받았던 기억을 내 안에 품는다. 그것은 나를 약하게 만드는 향수가 아니라, 지금의 나를 움직이는 연료다. 만약 그 에너지가 없다면 나는 단지 체력을 소진하며 무의미하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안에는 여전히 사랑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그것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사람이란 결국 사랑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다. 사랑받은 순간이 내 안에 살아있을 때, 나는 더 멀리 걸어갈 수 있고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으며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그 모든 에너지가 모여 내가 살아가는 하루를 지탱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군가에게 충분히 사랑을 전하고 있는가. 내가 받은 사랑을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눔으로써, 이 사회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내 안에 품은 사랑받았던 순간들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것이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내가 내일도 걷고 말할 수 있는 가장 깊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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