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닮은 삶, 삶을 닮은 여행

떠남과 머뭄 사이의 균형을 배우다

by 선율

여행은 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일상의 하루들은 그 설렘을 루틴 속에 묻어두고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의식을 조금씩 둔하게 만든다.

여행도 삶의 연장선이지만

다른 장소, 다른 공기, 다른 음식,

다른 언어들이 우리의 감각을 깨우며

잊고 있던 나를 흔들어 깨운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때를 알리는 신호는 무엇일까.

아마도 일상이 더 이상 의식의 힘으로 버티기 어려워졌을 때,

루틴의 속도가 너무 익숙해져

무의식 속에서 하루를 흘려보내기 시작할 때일 것이다.

그때 우리의 어깨는 조금씩 무거워지고,

우리 자신은 희미해지고,

삶은 우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작은 경고처럼 피로를 건네준다.


그래서 우리는 떠난다.

일상이 잠식해 버린 의식을 다시 깨우기 위해,

루틴에 눌린 숨을 되찾기 위해,

다른 공기와 다른 거리와 다른 언어들 속에서

잠시 나를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의 바람을 마시는 동안

우리의 감각은 천천히 살아난다.

낯선 풍경이 우리의 오래된 피로를 밀어내고,

다른 언어의 목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다시 흔들어 깨운다.

그렇게 우리는 떠남 속에서

잃어버린 나의 의식을 조금씩 되찾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머무르는 동안

우리는 알게 된다.

떠남과 머뭄은 서로를 완성시키는 두 개의 리듬이라는 것을.

여행도 나의 삶이고,

반복되는 일상 또한 우리의 삶이며,

이 둘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속도로 살아가야 하는지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삶은 떠남과 머뭄의 균형 속에서 자리를 찾는다.

루틴이 무거워질 때 우리는 떠나고,

낯섦이 깊어질 때 우리는 돌아온다.

이 움직임의 사이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조용히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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