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틈을 보여줄 용기에 대하여

by 선율

물흐르듯 완벽해 보이는 말투, 항상 단정한 표정, 실수 없이 해내는 능숙함. 우리는 사람들과 마주할 때 이런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그 속에는 내가 누군가에게 부정적으로 비춰질까 봐, 나의 허술한 부분이 드러나 어딘가 결핍된 사람으로 보일까 봐 하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틈’을 감춘다. 나의 부족함, 불안, 두려움, 상처받은 마음 같은 것들을 꾹 눌러 담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 모든 것들을 철저히 숨겼을 때, 관계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멀게만 느껴진다. 완벽한 모습 뒤에 감춰진 진짜 마음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가까이 있지만 어딘가 닿지 못하는 거리감이 계속된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틈’을 가지고 있다. 그건 결함이 아니라 인간다움이다. 진심을 나눌 수 있는 관계에서조차 자신의 틈을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언젠가 피로해지고 만다. 자꾸 무언가를 감춰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조이는 셈이니까. 하지만 용기를 내어 나의 틈을 보여주었을 때, 관계는 뜻밖의 방향으로 열리기 시작한다. 상대는 오히려 말한다. “나도 그래. 나도 그런 감정 느껴.” 그 말 한마디가 우리의 긴장을 녹인다. 누군가에게 나의 연약함을 보여주었는데 그 사람이 등을 돌리지 않았다는 경험은, 깊은 위안과 안도감을 안긴다.


이런 경험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 보였던 그 순간이 쌓이고 반복되면서, 나의 틈은 더 이상 부끄러운 것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오히려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연결점이자, 서로를 이해하는 통로가 된다. 물론 그 첫 걸음엔 늘 용기가 필요하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환점은, “나에게도 이런 틈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나도 불완전한 사람이고, 그런 나를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누군가 앞에서 조금 울거나 흔들려도 괜찮다.


누군가와의 진짜 관계는 그 틈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로를 배려하게 되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되고, 상대가 나에게 의지하는 순간조차도 귀하게 느껴진다. 이런 용기는 단지 관계를 위한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서 “용기”라는 이름을 꺼낸다. 하지만 가장 일상적인 용기는, 누군가 앞에서 나의 틈을 보여주는 그 소박한 순간에 있다.


나는 바란다. 이런 순간들을 살아가고 싶다. 나의 틈을 보여주고도 괜찮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그렇게 조금 느슨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고 싶다. 서로의 틈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틈을 품어주는 사이.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관계에서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머물며 진짜 나를 살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그렇게 서로의 틈을 통해 더 깊어지고, 더 따뜻해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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