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있는 하루
혼자 먹는 식탁에는 대체로 조용함이 깔려 있다. 말도 없고, 눈치 볼 사람도 없고, 함께 나눌 숟가락 소리도 없다. 그 고요함은 때때로 편안함이 되지만, 또 때로는 쓸쓸함이 되어 마음 깊은 곳을 툭툭 건드린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허기를 달래기 위한 어떤 음식을 대충 입에 넣고, 식탁을 서둘러 정리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한 끼의 식사를 단지 허기를 채우기 위한 행위로만 여긴다면, 하루의 끝이 참 밋밋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기에 혼자 먹는 밥상일수록 조금 더 특별하게, 조금 더 마음을 담아보려 한다. 이를테면 냉장고에 있던 채소 하나, 두부 한 모,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조미료 하나를 꺼내어 오늘은 어떤 맛을 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일.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된장국 한 그릇, 고소하게 부쳐낸 계란말이 하나만 있어도 좋다. 중요한 건 그 식탁 위에 ‘나를 위한 마음’이 담겨 있는지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 종일 타인을 향해, 세상을 향해 에너지를 쓰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향한 마음을 돌보게 되는지도 모른다. 혼자 먹는 밥상은 그런 의미에서 나를 다시 나에게로 초대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루 수고 많았어, 잘 견뎠어." 그렇게 말을 건네듯 차려낸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내 존재를 다독이는 작은 의식이 된다.
그리고 그 작은 의식은 신기하게도 나의 허기뿐 아니라 존재의 공허함까지도 채워준다. 무언가를 먹으며 채워지는 건 비단 위장만이 아니라, 마음의 빈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도 없지만, 아무것도 없지 않은 식탁. 혼자지만 혼자인 것 같지 않은 시간.
어떤 날은 그런 밥상이 재미있는 울림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식재료를 중심으로 메뉴를 만들어보는 일. 연두부 위에 간장을 살짝 뿌리고 김가루와 깨를 올리거나, 마트에서 산 오이를 고슬고슬 썰어 초무침을 해보는 일. 그 작은 시도는 식탁 위에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나는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혼자 먹는 밥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사실 마음을 담는 순간이다. 바쁜 하루 중 아주 잠깐이라도 나를 위한 정성을 들이는 일. 그 정성은 외로움을 물리치고, 허기를 따뜻함으로 채운다. 그렇게 하루의 끝자락에서 나는 나 자신과 마주하고, 그 한 끼 식사 속에 오늘의 나를 담아낸다. 혼자 먹는 식탁이라도,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쓸쓸한 자리가 아니다. 마음을 담을 수 있을 때, 그 식탁은 오히려 풍요롭고 충만하다. 혼자인 시간 속에서도 나는 나를 돌보고, 나를 채우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