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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영 Mar 08. 2023

부지런히 자유로울 것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란 소리는

금방 싫증 내라는 뜻이 아니야.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는 건

계획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다는 거지,

대충 살겠다는 뜻은 아니야.


되새겨.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삶에

게으름을 용납한 적은 없다고.


무언갈 해내는 삶에

단지 휴식이 필요했던 거잖아.


휴식에 핑계를 붙이지 마.

휴식은, 쉬어 마땅한 때에만 허락할 수 있어.





 난 가끔 내 인생의 색깔이 푸른 담청색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뭔가 오염되지 않아 투명하면서도, 나름의 푸른빛을 띠는 그런 색. 닳아져 가는 인생이 어찌 죽는 순간까지 깨끗할 수 있을까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뽀얗고 고운 시간들이 쌓이기를 바랐다. 한 때는 짙은 남색이나 검은색 같은 시간들에 허우적거리기도 했었지만, 그땐 그저 커다란 폭풍이 왔었다고 생각한다. 물을 사정없이 휘저어서 흙탕물이 되어버린, 아주 잠깐의 어두운 시간이었다고.

 각자의 생도 한 권의 책으로 쓰일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색으로 보일까? 내 생의 색깔을 칠하는 건, 햇볕아래 바래져 가는 필름 사진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지다가 이내 서서히 기억 속에서 사라질테지. 색을 잃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나 자신을 칠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색깔로, 우리가 살고 싶었던 시간들로 끊임없이, 부지런히. 열심히까지 안 해도 된다. 그저, 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부지런히 칠해나갈 뿐이다.

 모든 순간들이 의미 없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아주 사소한 시간들마저 특별해질 거다. 그게 곧 나의 색깔이 될 테니까. 우리 수채화 같은 인생에 바탕색이 될 것이다.

 그러니 특별해질 시간들을 신중하게, 그리고 바삐 써주기를 바란다. 오래도록 빛날 테다. 맑고 투명하게, 오래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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